"선진국 뒤만 좇는 연구 벗어나 세계 최초 AI기술에 도전을"

입력 2021-10-25 17:08   수정 2021-10-26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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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인공지능(AI) 강국으로 나아가려면 미국 중국 등이 시도하지 않는 혁신 기술에 과감히 투자하는 ‘문샷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샷은 1960년대 미국의 달 탐사선 발사를 가리키는 말로, 이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연구개발(R&D)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재식 KAIST AI대학원 교수는 25일 온라인으로 열린 ‘AI미래포럼(AIFF) 웨비나’에서 “AI처럼 파급력이 큰 분야에선 세계 최초, 세계 최고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AI 문샷 프로젝트는 다른 나라가 시도하지 않거나 시도하다가 실패한 도전적인 과제에 오랜 기간 집중 투자하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이 개발한 기술을 따라가는 추격형 연구는 산업계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정부는 투자 위험이 큰 R&D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오늘날 AI 강국에 오른 것도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30~40년간 꾸준히 AI R&D에 투자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은 “언제까지나 선진국이 하는 걸 따라가서는 ‘추격형 경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AI 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하되 이 사업의 추진 체계는 기존 정부 R&D와 180도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소장은 “문샷 프로젝트는 장기 R&D인 만큼 1년 단위로 논문, 특허 등 결과물을 요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R&D 결과를 평가하는 전문가풀도 외국 전문가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D 과제는 너무 세부적인 주제를 정하려 하기보다 문샷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혁신 AI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DARPA를 본뜬 한국형 DARPA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신설 조직은 중장기 미래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정부 조직에서 철저히 독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DARPA는 실패를 ‘용인’하는 게 아니라 실패를 ‘전제’로 한다”며 “한두 번의 실패, 정권의 바뀜 등과 상관없이 R&D를 뚝심 있게 이어간다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서민준/이시은/배성수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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