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 따르면 철강 등 국내 산업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80.4% 감축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는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 CCUS 기술 등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친환경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포스코마저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기존 철강 생산 방식을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바꾸는 데 약 40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제철까지 합치면 두 철강 기업에서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 비용만 68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제조업 중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3개 업종의 탈탄소 전환 비용만 2050년까지 최소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계에서는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업종까지 모두 합하면 탈탄소 구조로의 전환 비용이 수천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해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비용 부담은 급격히 늘고 있지만,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국내 산업계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장기적 지원사업은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친환경 기술 개발에 6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탄소중립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이 유일하다. 8년간 연평균 84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봐도 ‘경제구조 저탄소화’를 위해 정부가 편성한 돈은 8조3000억원이 전부다. 기업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비용 등을 모두 모아도 탄소중립 관련 예산은 11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1조유로(약 1353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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