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에너지기업 대표는 “전력수급 계획에서 LNG를 제외하면 상시 정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탈원전 도그마에 갇힌 정부 에너지 정책이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전력수급 안정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정부가 27일 최종 확정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LNG발전소를 모두 없애거나 일부(5%)만 남길 계획이다. 탈석탄·탈원전에 이은 탈LNG 정책이다. 정부는 2024년부터 2034년까지 차례로 24기의 석탄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전환하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지은 지 20년도 안 된 발전소를 모두 폐쇄해야 한다.
LNG발전소의 핵심인 가스터빈은 대략 15만 시간을 돌릴 수 있다. 약 17년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LNG발전소의 가동률이 평균 50%인 점을 감안하면 34년을 운전할 수 있다. 관리를 잘하거나 가동률이 떨어지면 수명은 더 늘어난다. 이렇게 오래 쓸 수 있는데 20년 안팎만 사용하고 2050년까지 대부분 없애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LNG발전소의 수명이 단축되면 그만큼 비용이 늘고 전기료 인상 압박도 커진다. 발전소는 초기 투자 비용을 장기간에 걸친 운영수익으로 회수하는 구조여서다. 회수기간이 짧아지면 그만큼 민간 발전사업자에 LNG발전 단가를 더 높게 보장해 줄 수밖에 없다.
전력 공급 안정성은 더 심각한 문제다. 기후 조건에 따라 전력 공급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을 때 수요 변동에 따른 대처가 중요하다. 상시 출력 조절이 가능한 첨두부하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켰다 끄는 게 자유롭고, 최대 출력까지 도달 시간이 짧은 LNG 외에 대안이 마땅치 않다.
환경부는 요즘 녹색활동과 비녹색활동을 분류하는 ‘녹색금융 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LNG를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발전소 건립을 위한 자금 조달에 영향을 줘 석탄발전소의 LNG 전환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력수급 계획에 차질을 줘 탄소중립 이행도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완전무결한 에너지원은 없다. LNG는 석탄발전소 절반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가동 초기에 다량의 오염물질을 내뿜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다. 하지만 “LNG마저 포기하면 전력 공급 안전성을 담보할 방법이 없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우려는 허투루 들을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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