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연구 성과와 첨단산업이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가 한국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특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시 등 정부와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한데 모여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사장 강병삼)에 따르면 과학벨트는 2011년 제정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초연구와 비즈니스를 융합한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를 연계하고 있다. 세계 석학과 기업인들이 중이온가속기에서 파생되는 우주, 의료, 신약 등의 신물질을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곳이다.
과학벨트는 크게 거점지구(대전 유성구 신동·둔곡)와 기능지구(세종·천안·청주)로 나뉜다. 거점지구에는 국내 유일의 중이온가속기와 95개의 첨단기업이 입주했거나 입주 중이다. 거점지구 인근에는 대덕특구 내의 26개 정부출연연구소, 1917개 기업이 집적돼 있다. 특구재단 관계자는 “기초연구 성과가 비즈니스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2년 과학벨트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16년부터 중이온가속기 등 기반조성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1단계(신동), 지난 7월 2단계(둔곡 일부) 공사를 각각 마무리했다. 2023년 6월까지 3단계 준공이 끝나면 과학벨트 거점지구가 완성될 예정이다.
특구재단은 과학벨트 거점지구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기업 정착과 성장지원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거점지구 내 총 129개 필지 중 110개(85.3%) 필지에 95개 기관·기업의 입주 승인을 완료토록 했다. 분야별로는 기계·전자 50개사, 바이오 33개사, 정보통신 7개사 등 90개사와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수소산업전주기지원센터, 유전자의약진흥센터, 태양광연구센터, 한전KPS 등 5개 기관을 입주시키는 등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있다.
특구재단은 주택, 교통, 공원, 학교 등 입주기업의 쾌적한 정주여건 조성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과학벨트와 대전도심, 세종시를 연결하는 버스노선(BRT)을 조정하고 중앙정류장을 설치했다. 산업용지에 인접한 수변공원 내 중이온가속기 이야기 길, 라온조형물 등을 설치하고, 둔곡지구를 관통하는 삼성천에 수변 특화공간도 조성했다. 지난 4월에는 교육부에 거점지구 학생들에게 쾌적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통합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과학벨트 지구 내 초·중등 통합학교 설치를 확정토록 하는 성과를 냈다. 특구재단 관계자는 “현재 연계교통체계 개선 방안 연구와 어린이집 건립 타당성 연구를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정주여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구재단은 과학벨트 기능지구에 국한했던 각종 지원사업도 올해부터 거점지구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87억원)보다 40% 이상 증액된 총 122억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 예산으로 거점지구의 기술·연계사업, 창업·사업화·투자 성장 사업, 글로벌 진출·인력양성 사업 등의 과학사업화 전주기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전자상거래 입점 지원 사업도 벌이고 있다. 과학벨트 소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구재단은 기초연구 성과를 비즈니스로 연계하기 위해 거점지구 내에 ‘과학벨트 지원센터’(가칭)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시작해 2024년 초 준공 예정이다. 센터는 거점지구 과학사업화를 위한 입주공간 지원, 산·학·연 협업을 위한 과학사업화 및 창업지원 등을 맡는다.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의 연계 거점 역할도 수행한다.
강병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과학벨트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한 백년대계 사업”이라며 “과학수도를 지향하는 대전과 행정수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세종이 서로 협력해 상생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로도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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