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자.’ 신영증권은 HMM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8월 이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 주가는 4만원 선. 1분기 ‘영업이익 1조’를 달성한 이후 거침없이 내달리던 주가가 5월 말 정점을 찍고 소폭 조정받던 때였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의심보단 기대가 컸다. 해상 운임도 상승세였다. 뚜렷한 악재도 보이지 않았다. HMM이 3분기에도 역대급 이익을 낼 것이란 데 의구심을 품은 이도 없었다.
하지만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HMM 주가는 연고점(5월 27일·5만600원) 대비 50% 가까이 하락했다. ‘흠슬라(HMM+테슬라)’로 불리던 HMM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예상대로 좋은 업황은 최근까지 유지됐다. 연초 2800선에서 출발한 상하이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개월여 만에 67% 급등한 4647.60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춤했던 소비·생산활동이 재개되면서 전 세계적인 물류난이 벌어진 영향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2주 새 조정받고 있다.
이날 주가를 끌어내린 원인도 역시 운임과 무관했다. HMM은 8.50%(2500원) 하락한 2만6900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가진 HMM의 전환사채(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해진공은 전날 보유 중인 HMM 영구 CB 6000억원어치에 대해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HMM은 앞서 해당 CB에 대한 조기 상환 청구권을 행사했지만 해진공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신영증권은 이날 목표주가를 기존 3만1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별로 제시하고 있는 HMM의 목표주가는 여전히 천차만별이다. 이 가운데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증권사들은 2만8200~3만1000원으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상태다. 당장 물류 적체 현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내년까지 안정적인 이익을 내겠지만 피크 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만8200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한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통주식 수가 10억 주로 늘어난다는 전제로 잡은 목표주가로, 내년 업황이 완전히 나빠진다고 전망하지 않기 때문에 적정 밸류에이션을 2만8000원 수준으로 본 것”이라며 “주가가 이보다 빠질 경우 이를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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