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삶과 직결된 휴식처가 필요하다. 도심에 위치한 공연장은 도시를 살아내고 있는 현대인을 위한 원초적인 영혼의 안식처가 아닐까 한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새 없이, 바쁘게 반복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인간적인 것과 본질적인 것에 대한 사유는 어느새 잊혀지고 만다. 일과 시간에 쫓긴 채 그저 하루를 수행해내는 것이 삶이라면 그 얼마나 척박한 일인가!
산으로 바다로 자연을 만나러 갈 시간과 여유는 없지만, 다행스럽게 우리의 도심엔 공연장이 있다. 공연장에서는 무대를 통해 산도 만나고, 바다도 만날 수 있으며, 내 고민의 바닥과 위로, 그리고 치유를 만날 수 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한 영혼을 만나기도 하며,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눈앞을 스치는 황홀한 장면, 장면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때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도심 속 공연장은 가까이에서 우리의 지친 영혼을 쉬게 하고, 살찌운다.
극장(theatre)의 어원은 관람석(theatron)에서 나왔다. 즉 공연장에서 ‘무대’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바로 ‘객석’이다. 무대를 바라보고, 극장을 찾아와 주는 이를 위해 공연장은 존재한다. 이 때문에 현대 도심 속 공연장의 역할은 더없이 중요하다. 공연장은 창작자들의 행위 공간이면서 동시에 현대인들의 지친 일상을 대변하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장소이자 누구나 찾아와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창작자가 최상의 상상력을 무대에 쏟아낼 수 있는 공간, 관객 누구나 찾아와 공연과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공연장. 도심지의 공연장은 늘 사람과 함께해 삶과 예술과 인간과 영혼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현장이 되어야겠다. 유럽의 많은 극장들이 지금까지도 복잡한 도심 속에서 그 역사와 위엄을 뽐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문화적 힐링을 선사하며, 그 역할과 의미를 이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더없이 지친 날엔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돌려보길 독자에게 권하며, 마지막 에세이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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