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제계에 따르면 삼바의 발빠른 움직임 뒤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모더나 백신 생산 계획부터 챙겼다. 당시 삼바는 모더나와 협력해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은 갖췄지만 인허가 등 여러 난관에 봉착한 상태였다. 안정적으로 mRNA 백신을 대량생산하는 것도 만만한 과제가 아니었다.
이 부회장은 먼저 삼성전자와 삼바,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진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부터 꾸렸다. 삼성전자의 제조 노하우를 단시간에 삼바에 접목하는 게 필요했다. TF 구성 이후에는 삼성 특유의 ‘스피드 경영’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TF는 생산 및 공급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기술과 인허가 관련 문제를 차례로 해결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팀은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끌어올리고, 반도체팀은 이물질 검사 노하우를 제공하는 식이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직접 프로젝트를 챙기면서 삼성의 전문가 조직이 총동원됐다”며 “주말은 물론 추석 연휴에도 관련 회의가 계속 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더나 경영진과의 의사소통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이 부회장과 모더나 최고경영진은 지난 8월부터 화상회의를 통해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백신 생산을 위한 신뢰가 커졌다. 백신 위탁생산뿐 아니라 바이오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도 깊이 있게 이뤄졌다고 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모더나와 삼바의 관계가 ‘위탁자와 생산자’에서 ‘미래 사업 파트너’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의 백신 행보는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모식 때 내놓은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부회장은 당시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언급했다.
경제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회와 삼성 모두에 보탬이 되는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삼바 백신 국내 공급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행동반경이 한층 더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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