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채에만 돈 몰려'…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서 자금조달 양극화

입력 2021-10-28 14:31  

이 기사는 10월 28일 14: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에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기준이 더 엄격해지고 있어서다. 신용도가 좋은 기업에만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A급 이하 기업들은 조달 전략 이행에 애를 먹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목표한 수준의 자금 조달에 실패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이 시중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채권평가손실을 줄이기 위해 AA급 이상 회사채에만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서다. 올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인상하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등세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채 발행 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기 전에 앞다퉈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서둘러 올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웬만한 A급 기업의 회사채 수요예측(사전청약)엔 목표 물량의 두배를 웃도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 상황이 확연히 달라졌다.

HK이노엔(신용등급 A-)이 이달 2년 만기 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엔 400억원의 투자 희망 자금이 들어왔다. HK이노엔은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이라 신용도가 오를 가능성이 충분했지만 회사채 발행 흥행엔 실패했다.

우리종합금융(A)도 1년 6개월 만기 2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모집한 투자 희망 자금은 150억원에 불과했다. 더블유게임즈는 2년 만기 300억원, 3년 만기 2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모집한 자금이 각각 20억원, 50억원에 그쳤다. 더블유게임즈는 한국기업평가가 A-를, 한국신용평가가 A의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지만 한국기업평가가 긍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달아 A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목표한 투자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추가 청약을 통해 발행 금액을 채우거나 주관 증권사들이 팔지 못한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조달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다만 우량한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LG유플러스(AA)는 2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예상했지만 수요예측에 1조원에 육박하는 투자 희망 자금이 몰렸다. SK텔레콤(AAA) 역시 15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6500억원의 자금이 모집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신용등급과 업종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수요예측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자금 조달이 시급하지 않은 기업들은 내년 초로 발행을 미루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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