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병목현상' 완화…반·디·차 반등 시동

입력 2021-10-28 17:30   수정 2021-10-28 23:08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에 발목이 잡혔던 완성차·반도체·정보기술(IT)부품 기업이 반등을 시작했다. 각 기업의 실적 발표 및 콘퍼런스콜 과정에서 각종 부품 공급망 차질이 4분기부터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신호가 나왔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이미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생산 차질로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업종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고 있다.

공급망 차질 4분기 완화 전망
SK하이닉스는 28일 4.93% 오른 10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순매수 1위 종목이었다. 장 초반 하락했던 삼성전자도 상승 전환에 성공해 0.86% 오른 7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메모리 업황 반등의 필요 조건은 IT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는 것이다. 지난 3분기에는 시스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데다 중국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PC·스마트폰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메모리업체는 재고가 쌓이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3분기 콘퍼런스콜 이후 시장 반응이 달라졌다. 공급망 차질은 4분기부터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반도체업계는 보수적인 투자로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했다. 재고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삼성전자 콘퍼런스콜이 마무리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더 올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업황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과하다’고 강조한 것이 투자 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의 대표 피해 업종이었던 현대차와 기아도 터널을 지나 다시 달릴 채비를 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은 지난 9월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갔고, 10월은 9월보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지에서 물량을 더 달라고 경쟁 중인 만큼 공급 차질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차가 너무 잘 팔리는 상황이어서 이익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며 “회사가 이미 25~30%의 배당 성향을 유지한다고 언급한 만큼 주주 환원 기대가 현실화하면서 추가적인 모멘텀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이날 1.18% 오른 8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수요 있어도 제품 못 만든 업체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예기치 못한 공급망 병목 현상을 맞았던 회사의 경우 수요가 꺾인 게 아니라 공급 단계에서 일시적인 차질을 빚은 것”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몇 개월 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던 업종이 뒤늦게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전일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이날 주가가 반등했다. 주가는 6.76% 오른 1만9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3분기에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반도체(PMIC) 등 주요 부품이 부족해 노트북,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모듈을 고객사에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 이미 생산한 제품이 반제품 형태로 쌓여 있는 만큼 4분기에는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V 사업부문은 체질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일시적인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급등으로 시간을 벌었던 LG디스플레이는 올해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로 중심축을 옮길 수 있게 됐다. OLED TV 부문은 올해 흑자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수익성을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TV 부문 영업이익이 ‘0’이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OLED TV 부문 이익으로 상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과거 이 회사 주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던 LCD 패널 업황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가도 모처럼 반등했다. 이날 5.03% 오른 16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각종 부품 공급난에다 언택트 수요 감소가 겹칠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는 정체돼 왔다. 이런 우려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반도체 기판 부문의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업황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며 “패키지 기판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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