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 포드가 반도체 공급난의 직격탄을 맞았다. GM은 3분기 판매량과 순이익이 거의 반 토막 났다. 반면 현대자동차·기아, 테슬라는 반도체 수급 관리에 성공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공급망 관리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GM, 포드는 북미 자동차 시장의 지배자였지만 지금은 테슬라의 그늘에 가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GM은 27일(현지시간) 3분기 매출 268억달러, 순이익 24억달러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 40% 급감했다. 포드는 28일 3분기 매출 356억달러(-5%), 순이익 18억달러(-23%)를 냈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의 3분기 순이익(2조6126억원)이 흑자 전환하고, 테슬라 순이익(16억2000만달러)이 380%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2분기까지만 해도 ‘생산량 감소→견조한 수요→차값 상승’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깜짝 실적’을 냈다. 소비자들은 신차를 사기 위해 몇 개월씩 기다렸고 차값은 1년 새 평균 6% 이상 뛰었다. 완성차 업체가 대리점에 주는 인센티브도 줄었다. 기업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생산 공장에 반도체를 몰아주며 ‘비싼 차’를 생산하는 데 주력했다.
3분기는 달랐다. 반도체 수급 관리에 실패한 GM의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4% 줄어든 53만 대에 그쳤다. 3분기도 2분기와 같은 전략으로 접근했지만, 판매량 급감을 방어하지 못했다. GM보다 그나마 상황이 나았던 포드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14% 줄어든 101만 대에 그쳤다.
GM은 아직 반도체 공급난에 허덕이고 있다. GM은 “내년에 딜러점의 재고가 거의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부족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드는 “내년엔 대리점에 10% 이상 물량을 더 납품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오토모티브뉴스는 “두 회사의 인기 차량 가격이 오르며 3분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상쇄했지만, 공급망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은 이날 3분기 자동차 판매량이 30% 감소한 180만 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스텔란티스의 인도량은 113만 대로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4일 실적 발표 예정인 도요타는 4~9월 생산량이 16% 감소했지만, 올해 전체 생산 목표인 900만 대를 수정하지 않았다. 9~10월 생산량을 40%나 줄였지만 재고가 충분한 데다 4분기엔 반도체 공급난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도요타는 지난달 “반도체 공급난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 도요타가 상대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의 터널을 빨리 탈출한 것은 르네사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자국에 든든한 반도체 제조업체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완성차업계에 불어닥친 공급난이 무색하게 24만 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보다 73% 상승했다. 테슬라는 수직 통합과 소프트웨어 설계 능력으로 공급난을 탈피했다. 기존 납품업체가 핵심 부품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을 공급하지 못하자, 다른 회사의 MCU가 적용될 수 있게 소프트웨어를 바꿔버린 것이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테슬라를 4년 내 따라잡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외신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와 경쟁하기 위해선 상당한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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