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업의 울산공장에서는 내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고순도 유기용제’ 리사이클 증류타워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폐세정액을 99.7% 이상 고순도로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설이다. 연간 1만8500t의 유기용제를 재생할 수 있다.
99% 이상의 순도를 요구하는 유기용제는 아직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한국석유공업이 유기용제 리사이클 시장에 눈을 돌린 이유다. 강 부회장은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 유기용제 사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어 유기용제를 한 번만 쓰고 폐기하거나 외국으로 보내 재생시키는 것도 ESG 경영 관점에서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업은 1964년 설립된 전통 제조기업이다. 석유에서 추출한 산업용 아스팔트, 공구세척용 유기용제 솔벤트 등을 개발했다. 현재 주력 제품은 아스팔트다. 국내 산업용 아스팔트 시장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수지도 생산한다.
창업주 3세인 강 부회장은 1995년 한국석유공업에 입사했다. 입사 이듬해부터 해외사업팀을 구성하고 아스팔트 방수시트를 개발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했다. 강 부회장이 벌어들인 달러는 한국석유공업이 1997년 외환위기를 넘기는 버팀목이 됐다. 한국석유공업은 2017년 3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은 한국석유공업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강 부회장은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시설과 재생하는 시설이 지리적으로 가까울수록 비용이 절감된다”며 “유럽 미국 등 해외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공장 근처에 유기용제 리사이클 공장을 지어 협업하며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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