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반도체 악재가 더 셌다…車내수 '역성장' 전망

입력 2021-10-29 11:50   수정 2021-10-29 11:51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뚫고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올해는 하락세로 꺾일 전망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반도체 대란 여파다. 코로나19보다 반도체 공급난 악재가 훨씬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자동차 판매는 총 130만29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다. 올해 들어 현대차·기아·쌍용차·르노삼성·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5사 판매량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차만 판매가 20만대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하는 상황이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내수 판매 상황은 이렇게 심각하진 않았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미리 비축해둔 데다 유연한 생산 대응으로 무난하게 1분기를 넘겼다. 실제 지난 1분기 내수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3% 증가했다.

그러나 2분기 최악의 공급난에 시장 분위기는 반전됐다. 판매량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당초 상반기 일몰 예정이었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으나, 그정도 조치로는 역부족이었다. 3분기는 동남아시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도리어 악화한 반도체 부족 사태에 판매량이 올 들어 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9월에는 판매량이 11만3932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기준으로 가장 적은 월간 판매량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내수 전망치는 170만대 도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4분기에 반도체 수급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 판매가 늘 가능성은 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정책 종료, 신차 출시 등도 판매 회복세를 거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공급 차질이 4분기까지 일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3분기보다는 일부 개선돼 4분기 도매판매는 3분기 대비 15~20%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내수 역성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판매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도 작년만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뒤 공장 가동·중단이 반복되면서 생산 차질을 빚었음에도 '189만대' 판매 신기록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올 초까지만 해도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되며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1년가량 지속되는 부품난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작년 내수 시장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과 신차 출시 등 영향으로 188만5590대의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었다.

반도체 품귀 사태는 4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는 있지만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내년에도 100% 개선되긴 어렵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7일 인도네시아 출장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내년 1분기에나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2년 산업 전망'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특수로 호실적을 보였던 자동차 경기 사이클이 내년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 외에도 원자재 가격 부담 등이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연구소는 관측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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