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 기다리는데 '뒤통수'"…'백신패스'에 뿔난 헬스인들[이슈+]

입력 2021-10-31 15:30   수정 2021-10-31 15:58


정부가 '백신패스'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헬스장에 다니고 있던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백신 미접종으로 시설 이용이 제한된 인원은 물론 접종 완료자들도 이번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헬스장에 다니는 A 씨(32)는 자신은 1차 접종만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운동이 유일한 낙인데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해버리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주사를 맞기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정부가 하라는 대로 그대로 따랐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서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나도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들부터 우선하여 백신을 맞았고 저나 저보다 어린 친구들은 순위가 뒤로 밀렸는데 그것 또한 정부가 결정했던 것 아니냐"며 "주사를 늦게 맞는다고 불평, 불만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고 모두 힘든 상황에서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는 게 순리라는 생각으로 생활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백신패스가 도입되는 내달 1일부터 다중이용시설 사용이 제한되는 사람은 약 1000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29일 국내 백신 접종 완료율은 73%대로 집계됐다. 여전히 전체 인구의 약 27%가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이 백신패스 도입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B 씨(29)는 고지 시점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그는 "위드코로나로 나아가야 하니 백신패스 도입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확정된 계획안을 2주 전에는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조금이나마 미리 이러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알렸다면 많은 미 접종자들이 헬스장 이용 중단을 해놓고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고민했을 것"이라며 "중구난방식 정책 발표에 신물이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백신패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사흘 전인 29일이 되어서야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진 추이의 경우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므로 사전에 조치를 확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정부의 역할 자체가 구체적인 수치와 근거를 기반으로 미리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피트니스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다는 C 씨(31)는 "정부가 미접종자는 헬스장을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데 시민으로서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 있겠느냐. 이젠 헬스장마저 못 가게 됐다"라며 "인과성이나 제대로 인정해주면서 백신 접종을 독려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을 보이니 믿을 수가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현재까지 방역 당국이 백신 부작용을 인정한 사례는 중증 이상 반응 중엔 5건, 사망은 2건에 불과하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일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했다거나 뇌출혈, 급성 백혈병 등의 이상 반응이 발생했다며 인과성을 인정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는 "백신패스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로 백신 접종을 강제해 정부가 국민에게 자유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이라며 "저는 지금 당장은 주사를 맞았다가 혹시라도 건강에 이상이 생길까 두려워 접종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안전대책본부는 내달 1일부터 헬스장을 비롯해 노래방·유흥시설·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등 일부 고위험 다중이용시설과 감염 취약시설을 접종 완료자와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백신패스 도입을 확정해 발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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