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경기도에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하는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예상치 못한 걱정거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초보운전자 시절 서울 초행길에 나서면서 접촉사고를 낸 사건 발생 이후 3년 만에 피해자 측에서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며 추가 보험금을 청구했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억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사고 직후 대인사고 처리를 하면서 피해자와 합의를 봤고, 자동차보험 갱신 시 관련 금액까지 환입하면서 '보험 처리 없음'으로 완결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뉴스에서만 보던 보험사기에 걸려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는 이씨. 일단 기다려보라는 보험사의 답변에 이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자신의 통장을 보며 연거푸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습니다.자동차 운전자라면 한 번쯤은 자신 또는 타인의 실수로 교통사고 사건에 휘말렸던 경험 있을 겁니다. 일단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를 산출하고 사고 당사자 간 합의 여부가 결정되죠. 이 단계에서 피해자가 사고에 따른 부상에 합의하면 보험금에 대한 추가 청구가 불가한 것이 원칙입니다. 합의서에 통상 배상권리자의 모든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한다는 권리 포기 조항 및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당사자 간 합의를 보아도 추가로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는 예외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후유장해 발생 시 보험금 청구 건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합의를 민법에서는 화해계약이라고 합니다. 민법 제733조에는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나,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경우 취소를 허용한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후유장해로 인한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운전자는 많지 않죠. 후유장해 자체가 교통사고 발생 시 모든 피해자에게 발생하는 보편적인 사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후유장해와 그에 따른 보험금 청구가 허용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후유장해란 질병이나 상해, 산재 등으로 치료를 받았음에도 질병이 완치되지 못하거나,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이 남는 상태를 뜻합니다. 즉, 후유장해를 보험금 청구 불가 원칙에서 예외로 둔다는 것은 교통사고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르더라도 피해자가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질병이 발병할 경우, 합의의 효력 자체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질병과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함으로써 보험금에 대한 추가 청구에 나설 수 있습니다.
손해보험에서는 주계약 및 각종 상해후유장해특별약관으로, 생명보험에서는 주계약 및 재해보험금 특별약관으로 이를 담보하고 있죠. 상해보험에서는 후유장해의 정도를 파악하고 약관에 정해진 후유장해 등급 구분에 따라 보험금을 산출합니다. 후유장해에 따른 보험금 청구 가능 시기는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가 3년이니만큼 피해자는 후유장해 발생 시점부터는 3년 안에 보험금 청구를 마쳐야 합니다.
후유장해 발생 시 추가 보험금 청구를 허용하는 사안은 판례를 통해 증명된 조항이기도 합니다. 대법원 1997년 4월11일 선고 97다 423판결에는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 상 그 합의 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 보는 것이 상당할 정도로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고 명시돼 있죠.
보험사와 피해자가 합의할 당시 사고로 인한 상해만 존재했고 장해가 예상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합의금은 해당 사고로 입은 상해로 인한 치료비, 휴업손해, 위자료 등에 대해서만 합의한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상해에 대한 합의 후 그 사고로 인한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면, 이는 합의 당시 양 당사자 간 상호 양보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고 결론지은 것이죠.
따라서 이씨의 경우에도 교통사고의 발생 시점과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피해자가 사고에 의한 후유장해를 겪고 있다면, 보험금 청구를 거부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보험금 추가 청구를 마치면, 보험사 측은 후유장해 진단서 확인, 제3의 의료기관 자문 의뢰 등 사고와 질병과의 인과성을 입증하는 절차를 거쳐 보상 처리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 이씨는 보험 처리를 면하기 위해 환입했던 보험금을 다시 돌려받게 됩니다. 환입금의 의미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간 보험계약을 갱신할 때 적용받았던 보험료에 대해 소급해 보험사고가 반영된 할증요율이 적용됩니다. 결국 이씨는 두 금액 간 차액을 추가로 내게 되는 셈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후유장해 사례로는 가벼운 디스크 질환부터 뇌출혈, 척수 손상, 뇌 또는 척추로의 암 전이 등 다양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후유장해와 교통사고 간 인과성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사고 발생 1~2년 내 청구 건의 보험금 처리 여지가 큰 편"이라며 "보험사가 사고와 후유장해 간 입증 절차를 마쳤음에도 가입자가 이를 용인할 수 없다면 소송으로 가는 방법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특정 사례에 따른 것으로, 실제 민원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