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온라인펀드 순자산은 총 30조83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말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선 뒤 두 달 남짓 만에 8000억원 증가했다. 국내 증시가 주춤한 상황에서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순자산 규모도 커졌다.
올해 온라인펀드 순자산 증가세는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다. 올 들어서만 11조5716억원 늘어났다. 작년 한 해 증가액(6조8366억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2017년 10조원 문턱을 첫 돌파한 이후 2019년 말까지 3년간 1조6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최근 증가세는 이례적이란 평가다. 온라인을 통해 국내 공모펀드에 가입한 비중이 5년 전에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이 비중이 30%까지 높아졌다.
업계에선 연금 자산을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젊은 세대가 오프라인 지점 방문보다 온라인을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어난 게 순자산이 가파르게 증가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후를 위해 퇴직연금 등 연금자산을 적극적으로 굴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온라인을 통해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에 가입하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22 금융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MZ세대가 핵심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운용사들도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직판 채널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운용사들에 “펀드를 조성할 때 온라인펀드도 의무적으로 만들라”고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공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통해 “기존 온라인 채널 기능 강화 등 온라인 판매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며 온라인펀드 설정을 의무화했다. 이전에 권고 수준에 그쳤던 온라인펀드 설정을 강제한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대면 펀드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도 온라인 가입을 택하는 고객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이후 펀드 가입에 몇 시간씩 걸리는 상황”이라며 “고객으로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온라인 가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하더라도 판매 직원들이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현장에서 온라인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택하는 자산운용사가 증가하고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등 중소형 운용사는 일찌감치 직판 앱을 운영해왔다. 지난해에는 삼성(R2), 한화(PINE) 등 대형 운용사도 뛰어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연내 펀드 직판 앱을 출시해 온라인 펀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운용사별로 별도의 직판 앱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변화하는 판매 트렌드에 따라 시스템 구축을 고려해 볼 수는 있지만 자사 상품만 판매하는 형태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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