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웃음을 짓던 두 회사가 올해 3분기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세계 공급망이 무너지자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생산부터 배송까지 모든 단계가 삐걱거렸다. 유통회사인 아마존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4분기엔 영업이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아마존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4분기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아마존은 1300억~1400억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예상치(1421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4분기 아마존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0~30억달러다. 최악의 경우 이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미국에서만 직원 15만 명을 구하고 있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3분기 추가 지출한 비용만 20억달러다. 4분기엔 추가 지출이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난에 시달리는 것은 애플도 마찬가지다. 팀 쿡 애플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망 붕괴 여파로 늘어난 비용 부담이 60억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던 제조 차질 문제가 10월 한 달간 크게 개선됐다”면서도 “반도체 부족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팬데믹 후 애플은 다음 분기 전망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완성차업계에선 내년께 극심한 반도체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전자부품 유통업체인 프린셉스일렉트로닉스의 이안 워커 이사는 “일부 반도체 신규 구매자의 배송 날짜가 2024년으로 찍히고 있다”며 “반도체가 완전히 바닥났다”고 전했다. 반도체 구입을 위한 대기 시간은 올여름 평균 19주였다. 하지만 10월 기준 22주로 늘었다. 차량용 반도체 배송에는 38주가 걸린다.
정부도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급망 병목 해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단기적 공급망 차질과 장기적 공급망 회복 탄력성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조율할지 논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의엔 생각을 공유하는 여러 대륙 국가 정상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현 기자/뉴욕=조재길 특파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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