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에 혈액팩 13개…중증 환자엔 필수 혈액제제

입력 2021-10-29 17:26   수정 2021-10-29 23:59

지난주 제약업계에서는 반가운 뉴스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혈액제제 전문업체 SK플라즈마가 싱가포르의 국가 입찰을 따냈다는 소식이었죠. 이전까지 글로벌 제약사들이 독점하다시피한 입찰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혈액제제는 시장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피를 통해서만 만들 수 있는 의약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규제가 많고 요구하는 눈높이도 꽤 높기 때문이죠. SK플라즈마는 이번 입찰의 총 사업규모가 2300만달러(약 269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약이야기’에선 혈액제제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혈액제제의 원료는 사람의 피입니다.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혈액제제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화상이나 신증후군 환자, 출혈성 쇼크 환자 등을 위한 ‘알부민’ 혈액제제와 중증 감염증 환자를 위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가 그것입니다. 알부민 20% 함량의 100mL 바이알 1개를 제조하기 위해선 혈액팩(320mL) 4개가 필요합니다. 또 면역글로불린 5%가 든 200mL 바이알 1개를 만들려면 혈액팩 13개가 듭니다.

혈액제제를 만드는 데 워낙 많은 피가 필요하다 보니 피 조달이 중요합니다. SK플라즈마는 싱가포르 혈액원에서 먼저 혈장을 추출한 뒤 이를 안동공장으로 가져와 혈액제제 완제품을 만들어 싱가포르로 보내줄 예정입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혈액제제도 적십자가 헌혈받은 피로 만듭니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가 혈액제제를 생산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혈액제제는 뭘까요. 알부민과 면역글로불린이 2 대 1 비율로 쓰입니다. 알부민 수요가 더 많은 거죠. 이는 알부민이 간에서 생성되는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출혈성 쇼크처럼 단번에 많은 피를 흘리는 환자가 아니더라도 간경변 등 중증 간질환을 앓는 환자라면 저알부민혈증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부민은 본래 핏속에 가장 많이 함유된 단백질입니다. 피에서 적혈구나 백혈구 같은 혈구를 제외한 혈장 중 90%를 차지하는 물을 빼면 각종 단백질이 남습니다. 알부민은 이 중 절반을 차지합니다. 양이 많은 만큼 맡은 역할도 무겁습니다. 먼저 체내 삼투압을 유지하는 일을 합니다. 삼투압이란 액체가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식물의 줄기가 물을 빨아올리거나 휴지나 수건이 물을 흡수하는 것도 삼투압 현상입니다. 혈중 알부민이 부족할 경우 피보다 조직의 농도가 더 높아져 수분이 조직으로 빠져나가는 부종이 생기게 됩니다. 면역글로불린은 외부 감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면역 기능을 합니다. 면역세포가 체내에 침입한 병원성 물질을 인지하고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입니다. 이 때문에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중증 감염증 환자에게 항생제와 함께 병용 투여하는 식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혈액제제는 우리 몸에 필수 구성 요소인 혈액의 기능을 일부 대신하기 때문에 입원환자 및 중증 환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의약품입니다. 혈액제제 대부분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해 국가가 관리하는 이유입니다. 퇴장방지의약품이란 질병 예방과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생산이나 수입을 잘 하지 않는 의약품을 말합니다.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생산 또는 수입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죠. 그런 만큼 수익이 변변찮습니다. SK플라즈마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배경이죠.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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