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마셔도 시린 '민감성 치아'…방치했다간 뇌졸중·치매까지 부른다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2021-10-29 17:30   수정 2021-10-30 00:10

치아는 ‘몸 건강을 비추는 거울’로 불린다. 치아 상태를 통해 우리 몸이 건강한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입 안에 염증이 생기고 치아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당뇨병에 걸리면 치주질환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고, 여성은 폐경기 이후에 뼈가 약해지면서 치아가 빠지기도 한다.

반대로 치아가 전체 몸 건강 악화를 부를 수도 있다. 일단 씹는 힘이 약해지면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기 힘들어진다. 충치와 잇몸질환에 따른 세균이 온 몸으로 퍼지면서 치매·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치아와 몸이 서로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미세한 치아 통증이라도 바로 병원을 찾고, 철저한 예방과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못된 칫솔질, ‘시린 이’ 유발

치아의 겉 부분은 단단한 ‘법랑질’로 싸여 있다. 그 안은 상대적으로 무른 ‘상아질’로 채워져 있다. 상아질은 미세한 신경돌기인 상아세관으로 이뤄져 있다. 치아가 마모되거나 깨지면 상아세관이 노출되고 외부 자극에 취약해진다.

바로 ‘민감성 치아(상아질 과민증)’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이가 시리고,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찌릿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코리아에 따르면 민감성 치아는 국내 성인 3명 중 2명(2019년 기준)이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민감성 치아의 원인은 다양하다. 칫솔질을 너무 세게 해서 치아를 감싸고 있는 법랑질이 벗겨질 수 있다. 양치할 때 칫솔을 수평으로 움직이다 보면 치아와 잇몸의 경계인 ‘치경부’의 두께가 얇아진다. 같은 이유로 수면 중 이갈이를 하는 것도 법랑질을 마모시킨다. 마모가 심하지 않으면 양치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민감성 치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상아질이 과도하게 노출됐다면 마모 부위를 레진으로 채우거나 신경 치료를 해야 한다.

탄산음료, 과일주스, 맥주 등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도 민감성 치아를 유발한다. 음료에 들어 있는 ‘산(acid)’ 성분이 치아를 부식시키기 때문이다. 레몬처럼 산성도가 강한 음식도 마찬가지로 치아 건강을 해친다.
마스크 쓰고 운동하면 충치 위험↑
민감성 치아는 이가 썩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치아 우식(충치)이 발생하면 입 안의 음식물 찌꺼기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법랑질과 상아질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치아 표면에 생긴 끈끈한 치태(플라크)에 있는 세균이 산을 만들어내면서 치아를 썩게 한다. 이렇게 틈이 생기면 상아질이 외부 자극에 노출되고 신경 근처에 세균이 침투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된 마스크도 충치를 부를 수 있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달리기·등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면 코로 호흡하는 게 힘들어져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 그러면 침이 말라 입 안이 건조해진다. 항균작용을 하는 침이 부족해지면 입 안 세균이 더 잘 번식한다. 음식물 찌꺼기도 덜 씻겨 내려간다. 충치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입으로 숨을 쉬면 구강 내 산성도가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뉴질랜드 오타고 치과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구강호흡 시 평균 산도가 3.6pH였다. 치아 부식이 일어나는 5.5pH보다 더 산성이 강해져 충치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박대윤 유디치과 대표원장은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면 구강 내 세균 증식이 활발해진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운동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몸질환 방치하면 치매까지
민감성 치아와 치주질환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치주질환은 입 안 세균으로 인해 치아 자체가 썩는 충치와 달리 잇몸 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입 안에 남아 있는 음식물 찌꺼기는 세균과 섞여 치아 표면에 치태를 만든다. 양치질을 할 때 치태를 제대로 없애지 않으면 딱딱하게 굳어 치석이 된다. 치석이 치아와 잇몸에 달라붙으면 독소를 배출하면서 잇몸에 염증이 생긴다.

치주질환은 염증이 잇몸에만 있는 ‘치은염’과 잇몸뼈까지 번진 ‘치주염’으로 구분된다. 초기 치은염은 증상이 거의 없다. 그러다가 치주염으로 진행되면 치아가 흔들리고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을 느낀다. 통증이 생겨 치과를 방문하면 이미 염증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치주염으로 잇몸뼈가 녹아내리는 상태까지 이르면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치주질환을 방치하면 당뇨·뇌졸중·심혈관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세균이 잇몸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면서 이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 노르웨이 베르겐대 연구팀에 따르면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인 ‘진지발리스’가 뇌로 들어가 단백질을 형성할 수 있다. 이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를 파괴해 치매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잇몸 건강이 악화하면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뇌의 인지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40대부터 6개월마다 검진해야”
치아·치주 질병은 만성 질환까지 유발하는 무서운 병이지만 올바른 양치질만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칫솔은 솔 부분이 너무 크지 않은 것이 좋다. 너무 크면 치아를 미세하게 닦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솔이 입 안쪽의 큰 어금니 두 개를 덮는 정도가 적당하다. 칫솔을 세워서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 틈까지 닦는다. 칫솔만으로 제거되지 않는 치태는 치실을 사용해 빼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치약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증을 완화해주거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기능성 치약을 쓰는 게 좋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가 시린 증상이 지속되면 1차적으로 민감성 치아를 위한 기능성 치약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민감성 치아용 치약인 ‘센소다인’(GSK헬스케어)이 대표적이다. 치약 안에 들어 있는 질산칼륨이 상아세관 사이로 흡수돼 신경 자극을 감소시키고 시린 이 증상을 완화한다.

마스크를 쓴 상태로 운동할 때는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입 안이 건조해져 충치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성인 기준으로 평소 수분 섭취 권장량(2L)보다 더 많은 3~4L를 마시는 게 좋다. 커피·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는 피해야 한다. 이뇨작용을 촉진해 구강을 오히려 더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검진도 필수다. 음식물 찌꺼기가 이미 딱딱하게 굳어 치석이 생겼다면 양치질만으로 제거할 수 없다. 스케일링 등 치과 치료를 통해 없애야 한다. 박 원장은 “구강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부터는 3~6개월마다 치과를 방문해 정기 검진과 스케일링 받는 것을 권한다”며 “구강 관리를 철저히 하면 노년기에 발치나 임플란트까지 해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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