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아파트의 원조격'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576가구)는 용적률이 낮고, 가구당 대지지분이 커 재건축 '알짜' 단지로 알려졌지만 20년째 별다른 사업 진척이 없었다. 주민들간 개별 재건축, 통합 재건축, 리모델링 등으로 의견이 갈리면서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이 중 '1단지 올바른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사업 속도를 올릴 수 있는 ‘신속통합기획’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1단지는 지난 1978년 준공돼 올해 44년차로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는다. 총 14개 동, 576가구가 들어선 이 단지는 전용 166~226㎡의 중대형 평수로 구성돼 있다. 북쪽으로는 아차산이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한강이 흐른다. 후문에서 워커힐 호텔로 연결되는 길은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 입지가 우수한 탓에 장기간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매물이 귀하다. 용적률은 1단지가 95.4%, 2단지 104%로 매우 낮아 가구당 대지지분이 크다. 재건축 사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사업 방식을 두고 주민 간 입장 차이가 커 오랜 기간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1단지와 2단지는 각각 2종 일반주거구역, 자연녹지지역으로 용도지역이 다르다. 2단지가 지어진 자연녹지지역은 건폐율 20% 이하, 용적률 100% 이하로 제한된다. 재건축이 진행되면 용적률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2016년 단독으로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사업 추진을 시도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7년 2단지 주민 사이에서 1단지와의 통합 재건축을 주장하는 입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자연녹지지역이라는 한계로 주차장 신설 등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2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대부분 주민들이 1단지와 함께 재건축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서울시도 두 단지의 통합 재건축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단지 측은 반길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2단지와 별개로 주민 동의서 70% 이상을 확보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장대섭 1단지 올바른준비위원장이 제출한 정비계획안에는 1대1 재건축을 진행해 용적률 200%미만으로 조합원 432가구를 포함해 총 982가구 규모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반 분양분 전체를 85㎡ 이하로 건설해 임대주택은 짓지 않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1단지 올바른준비위는 사업 지연도 우려했다. 2단지와 통합 재건축을 시행할 경우, 안전진단 절차로 되돌아가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는다. 1단지와 2단지가 지어진 연도, 건축물대장 내 지번과 소유자 등이 달라 애초 다른 단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작년 4월 1단지 준비위는 광진구청에 분리재건축을 위한 3차 주민제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진척된 것은 없다.
장 위원장은 “통합 재건축을 시행하려면 2단지 측에서 뚜렷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주민의 약 80%가 노인 가구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기를 원하고 있어 1~2단지간 대화와 양보만 있다면 사업 진행은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주민 사이에서는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자는 새로운 대안도 나오고 있다”며 “최근 구청과 시청을 방문한 이후 내년 1월 중순 경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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