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인위적으로 소그룹을 만들거나 이념으로 선을 긋는 것은 간격을 만들고 장애를 늘릴 뿐이며 과학기술 혁신에 백해무익하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G20은 힘을 합해 혁신 성장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충분한 참여와 광범위한 공동인식의 기초 위에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 중국 견제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파트너십) 등 동맹국 중심으로 소규모 협력체를 잇따라 구성하고 있다. 또 반도체 등 핵심산업의 국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시 주석은 또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를 유지하고 개방형 세계경제를 건설하며 개발도상국의 권리와 발전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쟁 해결 메커니즘의 정상적인 작동을 되도록 빨리 회복해서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코로나19 백신의 상호 인정과 백신 지적재산권 등을 촉구했다. 그는 "백신 제조사가 개도국과 공동으로 연구·개발(R&D)을 하고 생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 제약사 2곳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 중국 백신을 포함한 국가 간 상호 접종 증명서 인증은 아직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아울러 시 주석은 "중국은 대외개방의 기본 국책을 이어가고, 초대형 시장의 우세와 내수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규칙과 규제, 관리, 표준 등을 갖춘 '제도형' 개방을 힘써 추진하고 지적재산권 보호의 강도를 끊임없이 더할 것이며 시장화, 법치화, 국제화의 상업 환경을 만들어 중국과 외국 기업에 공평한 시장질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작년 초 이후 해외 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회의에도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관이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현장에 참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