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종이가 주렁주렁 열린 산수유나무
특이한 향이 나는 푸른 식물들
언젠가 이곳에서 본 적이 있던 것도 같습니다
정상에 다 온 건가요
물었을 때
붉은색 글자를 손바닥으로 쓸며 그가 말합니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갑시다
시집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창비) 中
잠시 쉬었다 가는 일이 정상에 오르는 일만큼 중요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꽃과 나무를 보며 걷는 일도 즐겁지요. 열매 대신 흰 종이가 주렁주렁 열린 산수유나무라니, 신기하고도 신비롭습니다. 꿈인 듯 아닌 듯 오묘합니다. 저라면 그 종이에 좋았던 일들을 적거나 고마운 이들에게 편지를 써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다시 산을 내려가 살아갈 힘을 얻을 수도 있겠지요. 쉬었다가 다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도 있겠지요.
주민현 시인(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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