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흑인 여성들이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는 과정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작은 오차까지도 허용될 수 없는 우주산업의 치밀하고 섬세한 특성을 아울러 보여준다.
유·공압 및 설비배관 전문업체 한양이앤지는 발사체에 연결해 산화제나 연료, 전기, 가스 등을 주입하는 ‘엄빌리칼(umbilical)’을 공급했다. 탯줄 역할을 하는 장치다. 이 밖에도 한국화이바는 페어링 및 동체 개발을, 스페이스솔루션은 엔진 공급계 부품을 담당했다.
누리호는 엔진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에 이르기까지 국내 300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이 290여 곳에 이른다. 누리호를 채운 각종 부품과 장치의 대부분을 우리 중소기업들이 만든 것이다. 이는 국내 산업 생태계와 닮은 꼴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688만 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한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우주산업은 바야흐로 빅뱅의 조짐이 역력하다.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도 인공위성은 필수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등 민간 기업의 우주 관광산업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 4470억달러의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20년 후엔 1조10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약 20년 전인 2002년, 일본에선 오사카 지역의 중소기업이 모여 ‘마이도(MAIDO) 프로젝트’에 뛰어든 적이 있다. 소형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직원 30여 명에 불과한 금형업체인 아오키 등 13개 업체가 참여했다. 오사카대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이 이를 도왔다. 세간의 의구심과 비웃음을 뒤로 한 채, 이들 기업은 7년에 걸친 노력 끝에 2009년 1월 크기 50㎤, 무게 50㎏짜리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소부장에 강한 히든챔피언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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