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사와 운용사의 채권 부서는 초상집 분위기다. 증권사는 금리가 뛰어 ‘사자’는 주문이 크게 줄어들었고, 운용사는 채권가격이 떨어져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시장 대표금리인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서둘러 올해 투자를 마감하려는 기관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다 내년에도 이어지는 확장 재정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또 주자는 발언을 내놔 채권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이 후보의 발언대로 재난지원금을 1인당 50만~100만원씩 지급하려면 25조~50조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금리가 뜀박질하자 외국인이 투자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국채선물을 매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9일 0.086%포인트 오른 연 2.103%에 마감했다. 올해 최저점인 1월 5일(연 0.936%)보다 1.167%포인트 올랐다. 역대 최저치인 지난해 8월 5일(연 0.795%)과 비교하면 1.4%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기준금리와 3년 국채 금리 간 차이(스프레드)는 29일 1.353%포인트로 2011년 2월 7일(1.353%포인트) 후 최고를 나타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가 발작 수준을 보이면서 투자 손실을 본 채권 투자자들이 올해 채권 매입을 마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장금리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 흐름을 반영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한은이 11월과 내년 1월 한 차례씩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내년 1분기 이후에도 한은이 한두 차례 금리를 인상해 내년 말 기준금리를 연 1.50~1.75%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부 변수도 금리를 밀어올리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11월 2~3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국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74조5000억원, 176조4000억원(계획 기준)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101조7000억원)과 비교해 70조원 넘게 불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확장재정으로 이른바 ‘재정 인플레이션’ 등을 불러오면서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세계적으로 큰정부주의와 기본소득 정책이 활발히 논의되는 만큼 긴축 재정으로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작다”며 “확장재정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가피한 만큼 중앙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확장재정 우려는 한층 더 커졌다. 이재명 후보가 29일에 이어 31일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거듭 밝힌 영향이다. 그는 국민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은 25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총 100만원 지급하려면 50조원이 필요하다.
이 중 상당액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 올해 큰 폭으로 증가할 세계 잉여금(11조~13조원 추정)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규모에 따라 10조원가량을 적자국채로 조달해야 할 수도 있다.
김익환/노경목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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