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착한 원료' 안 쓰면 거래 끊겠다"

입력 2021-10-31 18:09   수정 2021-11-01 01:22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니켈을 대량 채굴하는 회사가 있으면 장기계약을 체결할 겁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작년 7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이 한마디는 자율주행차산업의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의 ‘큰손’인 테슬라가 원료 수급 단계에서부터 ‘친환경’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일본 파나소닉 등 세계 유수의 배터리 업체들은 머스크 CEO 발언 이후 원료 구매 단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조건을 내걸고 공급망을 새롭게 짜고 있다.

세계 제조업체들의 ESG 열풍은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등 업종별 글로벌 밸류체인의 꼭대기에 있는 기업들로부터 불어왔다. 현재 335개 글로벌 기업이 RE100(재생에너지 100%)에 참여하고 있다.

RE100은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수급 100%를 달성하겠다는 기업들의 선언이다. 단순히 에너지원이 청정한지 여부를 넘어 생산과정이 친환경적인지, 인권침해 등 사회적 이슈는 없는지까지 하나하나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들 기업에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벤더들 역시 원료 확보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환경파괴,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없는 ‘착한 원료’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의 핵심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8월 호주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M)와 니켈 가공품(MHP)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 계약이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계약 조건에 ‘어떻게 채굴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AM은 니켈과 코발트 채굴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광미(광물 찌꺼기)를 건조해 보관하는 제련 공장을 세울 것을 LG에너지솔루션에 약속했다.

SK이노베이션도 ‘클린 원료’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 코발트 3만t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두 회사는 매년 독립된 기관으로부터 생산과정 전반에 대한 외부 감사를 받기로 했다. 아프리카에서 코발트 생산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아동 노동 착취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고객사들은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 하나까지 ESG 스탠더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며 “무엇을 얼마나 공급받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급받느냐가 기업의 화두가 됐다”고 말했다.

원자재뿐 아니라 전기와 물을 얼마나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원료 공급지나 소비시장과 얼마나 가까운지, 관련 인재를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가 생산 입지 선정 기준이었다. 이제는 친환경 에너지 공급이 얼마나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가 핵심 조건으로 떠올랐다.

반도체수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추격하기 위해 미국에 신규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는 전력 및 산업용수의 친환경적 공급을 주요 기준으로 후보지 선정에 들어갔다. 4~5개 지역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는 텍사스주 테일러시는 세제 혜택과 함께 폐수처리 시설을 구축해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RE100 준수와 친환경적인 수처리가 관건인 삼성전자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한 ‘맞춤형’ 제안이다.

2018년 해외 사업장에 대한 RE100 달성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의 전력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관계사인 삼성물산은 사업 규모가 6000억원에 달하는 700메가와트(㎿)급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오스틴 공장에 친환경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정환/고재연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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