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자들이 십여 차례에 걸친 토론회 일정을 끝마쳤다. 마지막 종합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저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상대할 적임자임을 강조하면서, 경쟁 주자들과 '비방전'도 벌였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 최종 대선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후보자들은 '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꺾을 적임자인 이유'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먼저 유승민 후보가 포문을 열었다. 최근 딸 유담 씨의 지원사격까지 받은 유승민 후보는 "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굉장히 빨리 올라오고 있다"며 "오늘 윤석열 후보님과 홍준표 후보님을 따라잡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 진영의 지지자들은 본선에 가면 본인들 진영의 후보자들을 뽑을 것이기 때문에 본선의 핵심은 중도 확장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늘 이야기하는 수도권, 청년층 이곳에서 저는 본선 승부가 좌우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동안 10년 넘게 개혁 보수를 주장해 왔고, 보수 중에는 누구보다도 중도보수 확장성이 강하다고 확신한다"며 "저는 정책과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를 압도할 수 있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그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기본시리즈는 제가 가장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 (후보들이) 다들 도덕성이 깨끗하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이재명 후보를 상대하는 데 아무 약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을 원색적으로 비판하면서, 본인이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는 "제가 이재명을 꺾을 수 있는 이유는 '도덕성의 우위'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는 쌍욕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상 연애도 하고 무상 표퓰리즘이고, 또 최근에는 재난지원금을 또 준다고 하면서 나라를 망치려 하는 포퓰리스트"라며 "방금 유승민 후보께서 말한 확장성 문제다. 홍준표가 젊은 세대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를 압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칭을 얻은 원희룡 후보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 본인이 이재명 후보를 궁지에 몰아붙이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후보는 "지금 내부 싸움을 하느라고 중요한 두 가지를 잊고 있다. 먼저 '이재명이 얼마나 간교한지', 둘째 '이 정권이 얼마나 무자비한 정권인지'를 잊고 있다"며 "이재명이 지금 대장동 비리로 궁지에 몰려있는데, 이재명을 궁지에 몰아넣은 원희룡이 링에서 내려가는 순간 이재명은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도망갈 것이다. 대장동의 올가미에서 풀려나고 오히려 정권이 온갖 네거티브와 공작으로 우리 측 후보에게 올가미를 씌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을 상대하는 것은 단순히 인기투표, 우리 당 내부에서 누가 누구보다 앞섰다고 보장되는 게 아니다"라며 "이재명을 상대로 저 원희룡은 이재명의 비리 실체, 도덕성과 관련된 모든 인생의 과정, 정책과 업적이 모두 가짜라는 것 등 모든 것에 대해 이미 다 파고들었으며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서의 오랜 세월을 내세우면서 본인이 부패 수사와 관련해 전문가라는 점을 어필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번 대선은 여러 정책에 관한 국민 검증도 필요하지만, 우리나라가 부패 공화국으로 그대로 남아 퇴보를 할 것인지 깨끗하게 부패를 일소한 뒤 선진국이 돼서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우리 청년 세대에게 어떤 희망 있는 미래를 과연 제공할 수 있는 것인지를 가리는 그런 선거가 됐다"며 "아마 이 선거 과정에서 대장동 사건이 선거 전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오랜 세월 검찰에서 이런 부패 사건을 많이 다뤄 왔고, 저는 지금까지 페이스북에도 대장동과 관련된 것만 써왔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사건을 딱 보면 '견적'이 나오는 이쪽 분야의 전문가다. 그래서 이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후보 측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바로 저 윤석열"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부패를 가장 잘 척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저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이재명 후보 협공에는 뜻을 모은 듯했으나, 일부 후보들 사이에선 앙금이 남은 듯한 싸늘한 대화도 오갔다.
'2강 체제'로 꼽히는 홍준표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결국 부딪히고 말았다. 직전 토론회에서는 네거티브 공방을 자제하고 정책 토론을 펼쳤지만, 후보 선출을 코앞에 두고 날을 세운 모습이다.
홍준표 후보는 최근 진행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치를 언급하면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윤석열 후보의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그 반대 의견보다 많았다고 공격했다. 그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윤석열 후보의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47.1%, 윤석열에 대한 정치 공격이라는 응답이 33.%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석열 후보는 "그런 희한한 통계만 또 뽑았다. 통계만 가지고 이러시냐"며 "마지막 날인데 수준을 높여 달라"고 맞받았다.
유승민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의 설전도 있었다. 윤석열 후보 지지자가 유승민 후보 지지자를 폭행한 것을 끄집어내 지적한 것이다. 유승민 후보는 "이건 불미스러운 일에 관한 것이다. 춘천에서도 어제 서울 KBS 앞에서도 폭행이 있었다"면서 폭행 논란을 언급했다. 윤석열 후보가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어제 여의도 이야기는 못 들었다. (폭행 가해자가) 캠프 사람이 아니고, 캠프 관계자는 말렸다"며 "큰 충돌은 아니었다고 들었는데 굳이 오늘 같은 날에 (언급하느냐)"라고 했다.
홍준표 후보와 원희룡 후보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 토론회에서 원희룡 후보로부터 탄소세 관련 질문에 대해 '역겹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원희룡 후보가 불쾌감을 드러내자 홍준표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가 좀 과했던 것 같다. 제가 사과하겠다"고 했다. 훙준표 후보의 사과에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원희룡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빈 깡통 같다"고 말하면서 냉전이 이어졌다. 원희룡 후보는 이내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최종 후보를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와 일반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선출할 예정이다. 11월 1~2일 당원 선거인단 모바일투표, 3~4일에는 당원 선거인단 전화투표(ARS)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진행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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