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을 중심으로 콜라보 수제맥주 유행이 이어지면서 수제맥주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채비에 돌입했다. 올해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IPO를 계획하는 수제맥주 기업들이 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곰표 밀맥주'로 유명한 세븐브로이맥주는 내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지난달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 주관사는 키움증권이 맡았다. 두 증권사는 세븐브로이맥주의 기업가치를 4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세븐브로이맥주는 '곰표 밀맥주'로 편의점 콜라보 맥주 유행을 이끈 한국의 첫 수제맥주 기업. 2011년 중소기업 중 최초로 맥주 제조 일반면허를 획득, 지역 이름을 단 수제맥주들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강서맥주는 청와대에서 건배주로 사용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 받았다. 특히 편의점 CU에 납품하는 자체 브랜드(PB) 곰표 밀맥주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완전히 입지를 굳혔다.
최근 오뚜기와 손잡고 진라면과 콜라보(협업)한 '진라거'를 선보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어메이징)도 3~4년 내 IPO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태경 어메이징 대표는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작년 30억원,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목표치 1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소규모 브루어리 기준 지난해 12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수제맥주시장에서 어메이징의 시장점유율은 10% 내외로 추산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후발주자"라고 강조했다.
'구미호 맥주'로 입지를 넓힌 1세대 수제맥주 기업 카브루 역시 상장 준비 중이다.
향후 IPO를 기대하는 외부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수제맥주기업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지난달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2 추가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누적 투자 규모는 75억원이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이번 시리즈A2 투자는 보통주 투자로 진행됐다. 기발행 주식은 모두 보통주로 전환됐으며 2024년 IPO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주류 시장이 타격을 입었음에도 수제맥주 시장은 편의점을 거점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주세법 개정으로 소매 채널이 확대됐고, 편의점 업계에서 펀슈머 성격이 짙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브랜드와 손잡고 '콜라보 수제맥주'를 밀면서다. 2019년부터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그간 인기를 누리던 일본 맥주 대신 수제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96억원으로 2019년(800억원) 대비 37% 급증했다. 2017년 시장 규모가 436억원였음을 감안하면 3년 사이에 2배 넘게 훌쩍 큰 것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는 코로나19를 겪은 지난 2년간 유일하게 성장했다. 시장 규모는 올해 지난해보다 8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수제맥주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라며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46% 성장해 3700억원의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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