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매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선후보가 집권 후 정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이례적으로 현 정부를 압박해 현금 살포성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예산심사 과정에서 이 후보의 제안을 ‘지원 사격’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당내 의원 간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데다 국민의힘이 “후안무치한 매표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기재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초과 세수도 있어서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내년 예산 중 지역화폐 예산 증액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선 상향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지난 7월 5차 재난지원금 결정 때도 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가 기재부의 반대에 소득하위 88% 수준으로 물러선 적이 있어 당·정 갈등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캠프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박찬대 의원은 “재정당국은 곳간을 지킨다는 개념이 강하신 분들이고, 정치 지도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곳간을 여는 사람들”이라며 “곳간을 지키는 사람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다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단계에 진입한 상황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게 적절하냐는 당내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근인 오영훈 의원은 “전 국민이냐, 더 어려운 분에게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하느냐의 논쟁은 계속 이어져왔다”며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고, 정부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재정당국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자신을 키즈카페 사장이라고 소개한 한 자영업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1억원이나 되는 돈이 빚으로 남았는데 손실보상금은 700만원 남짓”이라며 “이런 현실인데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살포한다니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미래 권력에 정부가 알아서 기라는 뜻이냐”며 “벌써 대통령이라도 된 듯 권력부터 행사하는 모양이 보기 거북하다”고 했다. 여당 내에서도 이 후보가 당과 상의 없이 정책 방향을 결정해 혼란을 부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4선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당에서 오랫동안 정부와 논의했던 내용들에 대해 (이 후보가) 결정된 듯이 혹은 요구하듯이 해버리면 당이 굉장히 어렵다”며 “본인이 집권한 다음에 하시겠다는 건 뭐라고 말씀을 안 드리지만, 과도기에 생기는 문제는 조금 더 잘 관리하실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싶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고은이/전범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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