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됐던 반도체 투자 심리가 돌아선 것은 지난달 26일 SK하이닉스 콘퍼런스콜이 시작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공급망 병목 현상과 코로나19로 인한 역기저효과로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수요는 위축됐는데 공급은 늘어나 D램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가 3분기 박스권에 갇힌 배경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콘퍼런스콜 이후 이런 우려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콘퍼런스콜에서 공급을 결정할 설비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 D램 시장을 70%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시에 ‘점유율 경쟁’ 대신 ‘수익성’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변화하는 수요에 따라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급망 차질(수요)이라는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이런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언급에 투자자가 걱정하던 수요와 공급 간 괴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7.50%,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기간 1.85% 올랐다.
D램익스체인지가 제시한 고정거래 가격이 한국 메모리 기업이 실제 거래하는 가격과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메모리 기업은 서버 D램과 모바일 D램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문제는 PC와 달리 서버 D램과 모바일 D램 가격은 정보가 제한적이고, 제품별로 가격 차이도 크다는 것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바일 D램은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1~3% 상승했고, 서버 D램도 가장 협상에 비우호적인 아마존이 전 분기 대비 1~3%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 D램 업체의 4분기 D램 가격 하락률은 1~3%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1분기 투자를 시작하면 늦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 센터장은 “내년 1분기 D램 고정거래 가격 하락폭이 얼마나 되는지가 관건이지만, 선반영 속도가 빠른 D램산업을 고려할 때 1분기 지표를 확인하고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은 타이밍이 늦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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