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가 상승세를 이끌어온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겨울철을 앞두고 계속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1일(현지시간) 배럴당 84.05달러로 한 달 전 대비 15.4% 올랐다. 러시아의 증산 발표로 최근 조금 떨어진 천연가스 가격은 4개월 전과 비교하면 1.5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유는 100%, 농산물은 80%를 수입해 와야 하는 한국은 중국처럼 수입 규모를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기도 어려운 구조”라며 “관련 제품의 국제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로 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어나는 정부 씀씀이도 물가 상승세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달 27일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가 올해 4~9월 6개월 연속 한은의 안정 목표치(2%)를 웃돈 원인의 하나로 정부 확장재정을 꼽았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된 확장적 재정정책이 유동성을 쏟아냈고, 그만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재정을 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이날 물가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각종 물가 안정책을 내놨다. 우선 이달 12일부터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 등에서 유류세 20% 인하 조치가 적용된 휘발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다음달부터는 상업용·발전용 가스요금에 관세 인하분이 반영될 예정이다. 계란 공판장 두 곳을 개설하고 배추와 무, 고추 등 김장 채소 공급도 확대한다.
다만 각종 소비 진작책에 따라 정부 정책이 결과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1일부터 외식·숙박·여행·체육·영화·전시·공연·프로스포츠 관람·농축수산물 등 9종의 소비쿠폰이 지급되고 있다. 3분기 월평균 지출액보다 많이 쓰면 1인당 최대 10만원까지 환급해주는 정부의 카드 캐시백 지급액은 지난달 15일 600억원에서 3025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노경목/김소현/정의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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