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부총리의 신경전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연대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비방 수위는 높이고 있다. 제3지대에서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선공은 안 대표가 했다. 안 대표는 지난 1일 대선 출마 선언을 마친 뒤 김 전 부총리와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전 부총리의 경우 이번 정부 초대 재경부 장관을 지냈다. 문재인 정권의 공과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인사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김 전 부총리 측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다음 날(2일) 김 전 부총리 캠프 송문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안철수 후보는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단역배우로 전락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송 대변인은 "안 대표는 정체성부터 밝혀라. 국민은 안 대표가 지난 10년간 '정체성 혼돈의 정치'를 해온 과정을 지켜봤다"며 "알맹이 없는 새 정치'를 말하더니 이젠 알맹이 없는 시대교체를 말한다. 이번에는 또 세력에 기웃거리는 단역배우 역할을 하면서 정치 계산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안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이 폭락했다. 왜 폭락했는지 그 이유는 너무 뻔하다"며 "그의 정치가 정체성이 불분명한 안개만 가득하니 국민이 그것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측은 이 같은 신경전을 이어가면서도 연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안 대표는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이 같은 분과는 언제든지 만나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고, 송 대변인도 "지금이라도 안 대표가 '2012년 안철수'의 초심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정치 교체에 뜻을 같이한다면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