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배당상품 편입 비중은 확정급여(DB)형(4.6%)보다 DC형(21.1%)이, DC형보다 IRP가 더 높다. IRP는 실적배당상품 편입 비중이 올 상반기 기준으로 32.4%에 달했다. DB형은 자산운용 책임이 고용주에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DC형 퇴직연금보다 IRP 계좌에서 투자를 통한 자산 운용이 더 활발한 것에서 개인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다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IRP 적립금 자산 성장세를 자세히 뜯어보면, 금융투자업권(증권사)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나 금융투자업권으로 퇴직급여 일시금과 같은 목돈이 이전돼 운용되는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IRP는 DC형 퇴직연금과 달리 근로자 스스로 가입 금융회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두 현상은 보다 다양한 투자 상품을 구비한 금융회사의 연금계좌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산 운용에 나서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조된 개인의 투자 열풍이 연금자산 운용에도 반영될 조짐을 올해 IRP와 같은 퇴직연금 시장의 급성장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퇴직연금 펀드 운용 현황을 보면, 해외 자산을 일정 수준 이상 편입한 글로벌 펀드 적립금은 올 3분기 기준 전년 말 대비 76% 증가했다. 반면 국내 펀드 증가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16%였다.
전체 퇴직연금 펀드 내에서 국내 펀드와 글로벌 펀드 비율은 2019년 73 대 27에서 올 3분기 53 대 47로 확연히 달라졌다. 국내에 치중돼 있던 펀드 투자 대상이 글로벌화하는 양상이다.
자산 배분 자동 변경 및 재조정과 퇴직연금에 100% 편입이 가능한 TDF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퇴직연금에서의 TDF 투자액은 올 3분기 현재 전년 말 대비 90% 증가한 6조1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퇴직연금 운용의 개념이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영호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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