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요구권 개선한다지만…"신청했다가 대출금리 오를 수도"

입력 2021-11-02 11:12   수정 2021-11-02 11:13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대출을 받은 차주들 대상으로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줄이는 만큼 실질적으론 금리인하요구권이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오히려 금리인하요구권을 썼다가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국민이 금리인하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 및 홍보를 강화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점수가 오르거나 소득 및 재산 증가 등 긍정적 변화가 있다면 금융사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다만 신청한다고 무조건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며 은행마다 충족 요건이 다르다.

내년부터 차주들은 대출 기간 중 연 2회 정기적으로 안내문을 받는다. 금융회사는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명확한 사유를 기재해 10일 이내 답변해야 한다. 현재도 금리인하권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사유를 알려주긴 하지만 모호한 답변이 대부분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불수용 사유 유형별 안내 문구'에도 "당행 내부 신용등급이 개선되지 않아 금리가 유지됨을 알려드린다", "내부 신용평가 기준상 더 이상의 (신용) 상향에 따른 금리 인하가 불가능하다"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사실상 소비자로선 은행 입장을 수용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은행마다 내부 신용평가 기준이 다른 데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우대금리 속속 낮춰…"오히려 대출금리 오를수도"
금리인하요구권이 수용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게 문제다. 대출금리는 대출상품에 대한 기준금리(시장금리)와 가산금리를 합한 뒤 우대금리를 빼주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금리인하요구권으로 낮출 수 있는 것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지만, 최근 은행권에선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는 높이고 있다.

당국이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6%)보다 더 낮은 4%대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계부채 증가세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등 추가 대책도 예고한 상태다. 그간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여온 만큼 이같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은 전날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NH직장인대출V' '올원직장인대출' '올원마이너스대출'의 우대금리를 축소한다고 공지했다. 급여이체와 자동이체 우대 항목이 폐지되면서 우대금리 한도가 줄었다. NH직장인대출V의 우대금리 한도는 기존 0.5%에서 0.2%로, '올원직장인대출' '올원마이너스대출'의 우대금리 한도는 기존 0.4%에서 0.2%로 0.2%포인트 각각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 대한 우대금리도 축소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최대 폭을 0.5%에서 0.3%로 조정했고,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 대출과 월상환액고정 대출의 우대금리(최대 0.3%)는 아예 없앴다. 앞서 KB국민은행도 지난 9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깎으면서 실제 적용 금리를 0.3%포인트나 올리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전세대출에 대한 가산금리를 0.2%포인트씩 높였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대출금리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가산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 은행 수신금리 인상 등 영향을 받아 대출 변동금리도 상승하는 구조다.

특히 금리가 인상되는 환경에선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는 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엔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면 오히려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며 "우대항목과 가산금리도 바뀌어 오히려 금리가 올라갈 수 있는 만큼 건드리지 않는 게 고객에겐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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