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재난지원금 지급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3% 수준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도 전 국민 지급이냐 아니냐를 놓고 정부와 이 후보는 갈등 양상을 보였다.
이번 역시 정부는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예산(약 15조~25조원) 마련이 쉽지 않은 데다 정부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올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약 10조원)도 국가부채를 갚는 데 쓰자는 입장이다.
김 총리는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보다 손실보상법 사각지대에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선별 지원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년 반 이상 손실이 누적됐지만 손실보상법으로 도와드릴 수 없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다”며 “250만~300만 명으로 보는데 이들을 어떻게 돕느냐 하는 것이 제일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손실보상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피해 업종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함께 어려움을 나눠야 한다”며 제외 업종 지원 심의에 본격 나서줄 것을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여행·관광, 숙박, 공연 등 영업 금지나 운영 시간이 제한된 업종은 아니지만 피해가 컸던 업종에 대해 소비쿠폰 지급이나 대출 지원 등의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 총리는 정치권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도 나타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최근 제안한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연장 조치에 대해서다. 김 총리는 “법 개정 사항”이라며 “자꾸 정부에 떠넘기지 말고 당당하게 국회에서 결정하면 정부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의 발언을 볼 때 향후 국정 운영 주도권을 놓고 이 후보를 필두로 한 선대위와 정부 사이의 갈등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재정 문제로 난색을 보인 김 총리를 의식한 듯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계부채비율이 가장 높다”며 “국민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국가의 공적 이전소득, 가계 지원이 적은 정책적 환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비율은 높고 국가부채비율(올해 기재부 기준 47.3%)은 낮은 비정상적인 상태”라며 “국가부채비율이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표 민생국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재난지원금에 대한 이 후보의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그는 김 총리의 재난지원금 관련 발언에 대해 “(내년) 본예산에 넣어서 처리하는 부분은 정부 측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추경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혜정/고은이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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