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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초·중학교 동창 중에 이렇게 묻는 친구들이 있다. 초등학교 때 에디슨 같은 발명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어머니께 떼를 써서 산 학습백과사전에서 호기심을 채웠다. 거기에서 가솔린 엔진 같은 내연기관의 ‘흡입→압축→폭발→배기’라는 4단계를 열심히 배웠다. 자연과학 수업 때는 수소가스 만드는 법을 배웠다. 묽은 염산에 금속을 넣으면 수소 가스가 발생하고, 여기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했다. 수소에 산소가 많이 섞이면 ‘폭발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돼 있었다. 이 ‘폭발’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띄었다. 가솔린 대신 수소를 쓰면 되겠구나.
용돈을 모아 시장에 가서 묽은 염산 한 병을 샀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염산병을 껴안고 뛰어오던 나는 아끼던 옷 소매를 녹이고 팔뚝이 쓰라릴 때에야 염산이 새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잠시도 지체하지 못하고 흥미진진한 실험에 돌입했다. 수소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고 ‘수소를 폭발시켜 움직이는 내연기관’이라는 발명설계도를 작성했다. 관심을 보이던 초·중학교 친구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곤 했지만, 꿈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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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소엔진 이전에 또 다른 엉터리 발명을 한 적이 있다. 이름하여 ‘무한동력기구 자전거’. 바퀴에 맞물린 조그만 발전기가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로 자전거 전등을 켜게 돼 있었다. 과학 시간에 전자석, 전기모터, 변압기 등의 원리를 배웠다. 발전기에서 나오는 전류를 변압기로 전압을 올려 일부는 전등을 켜고 나머지는 자전거 바퀴를 돌리면 되겠네. 이 원리를 선생님께 말했더니, ‘에너지 보존 법칙’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잘라 말씀하셨다. 큰 원칙만 얘기하셨기에 내 발명은 혹시 예외이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몇 년 뒤 좀 더 제대로 배우면서 변압기가 전압을 올리면 그에 반비례해 전류의 세기는 내려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압에 전류의 세기를 곱한 전력(단위 시간당 발생하는 에너지 양=파워, 단위는 와트)은 변압기로 더 크게 만들 수 없고, 내가 발명한 무한동력기구는 성립되지 않는다.
교류전기로 에디슨에 맞섰던 테슬라는 20세기 전기문명의 영웅이다. 전기 자동차에 테슬라의 이름이 붙었듯이, 테슬라가 남긴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오해도 많이 따른다. 전력선 없이 무선으로 전력을 보내려고 만든 테슬라 타워를 공간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무한동력기구의 일종으로 선전하는 이들도 있다.
양자물리학에서도 공짜 에너지 끝판왕이 등장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양자물리계는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을 때도 가만히 있지 않고 요동친다. 이를 양자요동(量子搖動)이라고 하는데, ‘양자진공에너지’ 또는 ‘제로포인트에너지’ 등의 이름으로 공짜 에너지를 뽑아내려는 시도가 제법 진지하게 논의된다. 나라면 거기에 투자하지 않겠다. 공짜는 없다.
김재완 < 고등과학원 부원장·교수 jaewan@kias.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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