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플랫폼' 들고나온 이재현…"세계인 삶 디자인하는 CJ 되자"

입력 2021-11-03 17:36   수정 2021-11-04 00:51

“최근 3~4년 CJ는 정체의 터널에 갇혔습니다.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실책입니다.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미래를 위해 CJ의 대변혁을 시작합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3일 이런 자성(自省)과 함께 새 비전을 내놨다. 이 회장이 11년 만에 전면에 나서 그룹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 것은 “이대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위기감 때문이란 분석이다.
○“격동의 시기, 터널에 갇혔다”
이 회장은 CJ의 현재를 ‘성장 정체’로 규정했다. CJ는 1995년 독립경영을 선언한 후 △식품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 4대 사업군을 완성했다. 하지만 최근 3~4년 새 네이버, 쿠팡, 아마존 등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2010년 ‘그레이트CJ’, 2017년 ‘월드베스트CJ’ 등 장기적인 사업 비전을 내놨다. 이번에 2023년까지 비교적 짧은 중기 비전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19 확산, 디지털화 등 영향으로 경영 환경이 급변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세계가 근본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며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예측하기 힘든 격동의 시기 한가운데 서 있다”고 진단했다.

CJ는 향후 2년간 4대 성장 엔진 △컬처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리티에 총 10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브랜드와 미래형 혁신기술, 인공지능(AI)·빅데이터, 인재 등 무형자산 확보와 AI 중심 디지털 전환에 4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 대상이 눈에 보이는 설비 중심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자산(intangible asset)으로 옮겨가는 트렌드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의 전략적 사업 제휴처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 모델을 추가 발굴하고,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려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최고 인재가 오고 싶어하는 CJ로”
이 회장은 늘 ‘인재 경영’을 강조해왔다. 이번에도 위기 타개책으로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몰리는 젊고 창의적인 인재를 끌어오겠다는 복안이다.

이 회장은 우선 인사조직 혁신을 통해 나이, 연차, 직급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임직원 스스로 일하는 시공간과 경력을 설계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Self-Design) 몰입’ 환경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부 계열사가 도입한 거점오피스, 재택근무제 등을 그룹 전반으로 확대해 요일별 근무시간을 직원 각자가 설계하도록 했다.

임직원이 소속 계열사와 직무에 관계 없이 그룹 내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잡 포스팅’ ‘프로젝트·태스크포스(TF) 공모제’도 시행한다. 또 의지와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들에게 직급에 관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리더 공모제’도 신설한다. 직급과 승진제도 개편, 임원 직위체계 간소화도 추진한다.

이 회장은 “사내벤처, CIC(사내독립기업), 스핀오프, IPO(기업공개) 등 도전을 위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겠다”며 “최고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고, 일하고 싶어 하고, 같이 성장하는 CJ를 만들겠다. 이는 저의 강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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