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복판에 살면서 자기의 모든 감각을 조용히 간직하는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암담한 우울이 존재할 여지가 없다. 건전하고 순진한 귀로 들으면 어떠한 폭풍도 바람 신의 노랫소리로만 들린다.”
미국 고전 수필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다. 그는 도심을 벗어나고자 호숫가에 오두막을 지었다. 자연의 일부가 돼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기록했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북적대는 인파,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업무…. 도시 생활은 늘 번뇌로 가득하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한 번쯤 귀촌(歸村)을 꿈꾼다. 영화 ‘리틀포레스트’처럼. 일과 사랑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던 주인공 해원은 어렸을 적 살던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직접 기른 농작물로 소박한 삼시 세끼를 지어 먹는다. ‘남들과 달라도,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건 그 역시 느리게 변화하는 자연이다.
‘돌아갈 시골집’이 없는 현실의 도시 사람들은 누군가의 시골에 잠시 몸을 누인다. 조금은 불편한 시골 할머니 집 같은 숙소를 찾아 ‘촌(村)캉스(시골+바캉스)’를 즐긴다. 가마솥에서 직접 지은 밥을 맛보고, 밤하늘의 별을 본다. 촌캉스 열풍이 불면서 강원 영월 등 조용했던 시골지역은 ‘몸뻬 바지’를 입은 젊은 층으로 가득해졌다.
농장에서 즐기는 ‘팜 파티(farm+party)’도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는 중이다. 지역 농장들은 럭셔리 미식 다이닝 행사로 도시 사람들을 유혹한다. 시골의 카페들은 논이나 밭을 ‘멍때리며’ 바라볼 수 있는 ‘논멍’ ‘밭멍’ 카페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에게 ‘녹색 갈증(biophilia)’이 있다고 했다. 누구나 자연에 대한 원초적 애정과 욕구를 느낀다는 뜻이다. 그런 갈증이 모여 우리의 ‘시골’은 재탄생하고 있다. 잿빛 도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촌스러움’에 물들고 있다.
정소람/정지은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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