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증산 압박에 돌연 꺾였지만…BoA "유가 내년 120弗 간다"

입력 2021-11-04 17:18   수정 2021-11-0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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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배럴당 85달러 안팎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4일 8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늘었다는 통계가 나온 데다 주요 산유국이 증산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원유 수요가 폭증하면서 내년 여름 WTI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한 달 새 뚝 떨어진 국제 유가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WTI 가격은 배럴당 79.75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13일 80달러를 넘어선 이후 23일 만에 다시 8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직전 최고가를 찍은 10월 25일(85.05달러)과 비교하면 약 6.2% 급락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은 배럴당 81달러 안팎에서 손바뀜했다. 지난달 26일 배럴당 85.65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약 5.4% 떨어진 수준이다.

전날 발표된 원유 재고가 국제 유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원유 재고가 전주보다 329만 배럴 증가한 약 4억341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150만 배럴)보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미국의 정유 설비 가동률도 기존 85.1%에서 86.3%로 높아졌다. 이 또한 전문가 예상치(85.7%)를 웃돌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원유 공급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원유 생산국들과 러시아가 유가 상승을 위해 생산을 보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7월 OPEC+는 작년 합의했던 감산 규모(580만 배럴)를 줄이는 방식으로 8월부터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뜻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증산 규모를 이보다 늘려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추가 상승 전망
국제 유가가 급작스레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6월까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45% 비싼 가격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 가격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전국적으로 갤런(약 3.8L)당 3.40달러로 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네바다 워싱턴 오리건주에서는 가격이 갤런당 4달러에 달한다.

프랜시스코 브랜치 BoA 국제상품 책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 가격이 쉽게 오른다”고 말했다. 앞서 6월 그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브랜치 책임자는 원유 수요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유가가 더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활동하면 휘발유 항공유 등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급등한 천연가스 가격도 석유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두 배 이상으로 뛰었고 최근 유럽에서는 배럴당 240달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일부 전력회사와 공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품인 석유로 에너지원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랜치 책임자는 “배럴당 100달러가 지금은 비싸게 들리겠지만 나중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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