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발표된 원유 재고가 국제 유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원유 재고가 전주보다 329만 배럴 증가한 약 4억341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150만 배럴)보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미국의 정유 설비 가동률도 기존 85.1%에서 86.3%로 높아졌다. 이 또한 전문가 예상치(85.7%)를 웃돌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원유 공급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원유 생산국들과 러시아가 유가 상승을 위해 생산을 보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7월 OPEC+는 작년 합의했던 감산 규모(580만 배럴)를 줄이는 방식으로 8월부터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뜻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증산 규모를 이보다 늘려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프랜시스코 브랜치 BoA 국제상품 책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 가격이 쉽게 오른다”고 말했다. 앞서 6월 그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브랜치 책임자는 원유 수요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유가가 더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활동하면 휘발유 항공유 등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급등한 천연가스 가격도 석유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두 배 이상으로 뛰었고 최근 유럽에서는 배럴당 240달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일부 전력회사와 공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품인 석유로 에너지원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랜치 책임자는 “배럴당 100달러가 지금은 비싸게 들리겠지만 나중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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