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위드 코로나'로 돌입하면서 일상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여러 현장에서 코로나19 이전의 모습들이 다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위드 코로나를 실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 럭셔리 호텔 업계에서는 위드 코로나를 가장 실감하고 있는 분야가 '웨딩'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서울 삼성동의 최고급 호텔인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의 경우 토요일 예식은 이미 내년까지 빈자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주말은 일요일만 약간의 시간대가 남아 있는데, 이 마저 금방 찰 것 같다네요.
당장 올해 3분기 대비 4분기에 웨딩 건수 또한 2.5배 증가했다는 게 이 호텔 설명입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월 20~25건의 예식이 빽빽하게 잡혀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게도 호텔 웨딩 건수가 증가한 것은 결혼식 문화 자체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일단 '호텔 예식=대규모'라는 인식이 희미해졌습니다. 코로나 시기 호텔들은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예식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상품들을 출시했는데, 호텔 웨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다양화되면서 이런 상품들의 수요가 '위드 코로나'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규모 웨딩도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과거 300명을 초대할 것을 100명으로 줄여 럭셔리 호텔 예식을 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젊은 층들이 과거 '그랜드 볼룸' 예식보단 트렌디한 스타일을 좋아하게 된 것도 다양한 수요가 증가한 이유입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그랜드 볼룸뿐 아니라 비교적 작은 규모의 식장도 웨딩에 활용할 수 있어 더 많은 예식을 받을 수 있게 됐죠.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말에 일하고 주중에 쉬던 럭셔리 호텔의 웨딩 세일즈 담당 직원들은 주중에도 몰려드는 상담을 받느라 쉬질 못한다고 하네요.
과거 수천만원~수억원대에 달하던 대규모 럭셔리 웨딩도 여전하지만, '검소하게' 진행하면 1000만원 이하에도 고급 호텔 웨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럭셔리 호텔 웨딩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꽃장식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이죠. 럭셔리하게 진행하면 꽃장식 비용만 억단위가 넘어갈 정도로 꽃값이 비싸다고 합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결혼식 문화 또한 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물론최고급 호텔 웨딩은 여전히 비쌉니다. 하지만 과거 1000명까지 수용하던 수억원대 대규모 예식이 줄고 다양한 형태의 예식이 가능해진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는 게 호텔업계 시각입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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