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고 투자하면 위험"…실전 경험 통해 실력 쌓아라

입력 2021-11-05 17:04   수정 2021-11-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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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어떻게 해야 합니까?” 투자자 A씨가 지인으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주식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소문이 퍼져서 이런 질문을 받는 사례가 부쩍 잦아졌다.

A씨로선 어떻게 대답할지 난감하다. 대충 얼버무릴 수도 없고 자신의 주식계좌를 보여줄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대답을 해야 하니, 자신의 투자를 돌아보고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주기로 했다.

“기업 실적과 뉴스 챙겨보고, 저평가된 종목을 사라. 몇 개 종목에 분산투자하고 조급하게 수익을 보려고 덤비지 말아라….”

막상 말을 하고 보니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답변이 됐다. A씨에게 조언을 구한 사람들은 이런 답변보다는 좀 더 ‘실용적인’ 답변을 기대했다.

A씨가 투자하고 있거나 수익을 올린, 그래서 유망한 종목을 찍어주는 답변 말이다. 거기에다 “이래저래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를 것 같으니 적당히 오르면 팔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주기를 원했다.

고기 잡는 법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통통한 고기 한 마리를 기대한 것이다. 그 고기를 놓치거나, 먹을 게 별로 없는 고기를 낚는 불운 정도는 감수할 각오가 돼 있는 사람도 많았다.

교과서적인 원칙을 지키면서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자의 반, 타의 반 단타 위주로 투자한다. ‘통통한 고기’에 대한 정보를 들으면 앞뒤를 재기보다 일단 투자부터 하는 사람이 많다. 운 좋게 수익을 올릴 때도 있지만 고점에 물려 비자발적 장기투자나 존버를 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어린 학생들에게도 주식투자를 가르치고 있다. 어려서부터 경제동향과 금융시장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실전 주식투자는 녹록지 않다. 변수도 많고 정답도 없다. 펀드매니저 B씨는 “공부하듯이 주식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책 보고 주식하는 사람”이라며 “학력고사 보듯이 주식투자에 접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반등장에서의 경험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뭘 사도 됐었고 그래서 주식으로 모든 게 다 될 것 같은 시절이었는데 그것을 자신이 공부한 결과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시장은 작년과 정반대다. 오르는 것만 오르고, 빠지는 것만 빠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순환매가 나타난다. 연초에 그렇게 비싸보이던 테슬라가 아니나 다를까 주저앉아 횡보하더니 이제는 새로운 고점을 형성하고 있다.

B씨는 “연초 테슬라 주가가 900달러를 넘보던 때 400달러도 고평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천슬라’를 넘어 1200달러도 뛰어넘었다”며 “주식투자에는 정답이 없다”고 했다.

그는 “유가가 가파르게 뛰고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예상보다 수요가 안 좋다’는 이유로 뚝 떨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는 자신이 공부한 결과대로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골프를 생각해보자. 골프 스코어는 럭비공 같다. 골프 코스의 환경, 날씨 등 불확실성이 많아서 그렇다.

그런데도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은 연습을 많이 해서 불확실성을 이겨낼 수 있게 일관된 스윙을 한다. 골프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자한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경제변수, 기업분석 방법, 시장 흐름과 분위기 등을 경험하면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 이런 노력이 있어야 골프 ‘백돌이’(골프 초급자)가 싱글이 되듯이 주식 ‘백돌이’를 면할 수 있다.

수많은 변수로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며 만년 백돌이에 머물지 않으려면 좀 더 비상한 각오로 투자 실력을 길러야 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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