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화물차 불법 개조가 확산할 정도로 전국에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가운데 한 시민이 인천 119안전센터에 요소수 3통을 기부하고 사라져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6일 인천 송도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께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인천시 송도동 신송119안전센터 앞에 자신이 타고 온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세웠다.
검은색 바지와 베이지색 점퍼를 입은 이 남성은 이어 차량 트렁크에서 일반 쇼핑백 크기만 한 상자 3개를 꺼내 센터 출입문에 놓은 뒤 차를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 상자는 이날 센터 직원에게 발견됐는데 내부에는 10리터짜리 요소수 3통이 들어있었다. 편지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요소수를 두고 간 남성을 찾고자 청사 CCTV를 확인했으나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다. 소방당국은 이 남성이 소방차량의 요소수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신속한 출동을 우려해 요소수를 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요소수는 디젤 엔진 차량 주행 필수품이다.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며, SCR이 부착된 차량에 요소수가 없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특히 소방당국이 운영하는 소방차 6748대 중 80.5%, 구급차 1675대 중 90.0%는 요소수를 사용한다.
현재 소방당국은 몇 개월치 요소수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긴급출동에 지장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방 수요가 몰리거나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되면 소방차와 응급차의 긴급출동에도 지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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