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수 이뮤노디자이너스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노벨상 수상자가 한국에 바이오벤처를 세운 첫 사례”라며 “보이틀러 교수와 함께 면역항암제 노블 타깃 ‘IMD-1’을 발굴해 검증하고 있다”고 했다. 노블 타깃은 ‘새로운 타깃’이란 뜻이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도 노블 타깃인 PD-1이 있었기에 개발이 가능했다. 엔브렐과 휴미라, 레미케이드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노블 타깃이었던 TNF를 공략한 것도 마찬가지다. 오 대표는 “PD-1을 타깃하는 키트루다 같은 신약이 아니라 PD-1 같은 타깃을 발굴하는 게 핵심 사업”이라며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하면 성장성과 확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뮤노디자이너스는 보이틀러 교수가 발굴하는 신규 타깃 2~3개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이뮤노디자이너스에 내년은 ‘운명의 해’다. 오 대표는 “우리가 발굴한 노블 타깃을 공략할 수 있는 항체가 내년 초 나온다”며 “이 항체로 실험해보면 우리가 발굴한 타깃이 의미가 있는 타깃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뮤노디자이너스는 항체 신약을 우선 개발하고 향후 저분자 신약이나 세포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한 작용기전(MOA) 연구는 2023년께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오 대표는 “노블 타깃은 아주 초기 단계에서도 글로벌 제약사와 거래가 가능하다”며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합병(M&A)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기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보이틀러 교수같이 저명한 학자가 왜 한국에서 창업했을까. 오 대표는 “벤처캐피털(VC)에서 일할 때 미국의 한 바이오 회사에 투자했는데 보이틀러 교수가 그 회사의 과학기술 자문 역할을 하면서 인연이 맺어졌다”고 했다. 보이틀러 교수는 이뮤노디자이너스의 2대주주다. 최대주주는 오 대표가 공동 창업한 바이오디자이너스다. 이뮤노디자이너스는 최근 산업은행으로부터 100억원의 투자 유치를 확정지었고 VC 투자도 논의 중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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