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의 아름다운 박수로 순조롭게 원팀이 결성되는가 싶었던 국민의힘에 빨간불이 켜졌다.
2030을 포함한 민심을 얻었지만 등을 돌린 당원의 표심으로 윤석열 후보에게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내어 준 홍준표 의원이 연일 SNS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당 지도부를 당혹게 하고 있다.
홍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족한 저를 석 달 동안 견마지로를 다해 도와준 동지 여러분들과 지지자 여러분들은 절대 잊지 않겠다"면서도 "비리 혐의자끼리 대결하는 비상식 대선이 되어 참으로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도 당원과 국민들의 선택인데 도리가 없다"고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 결과 1위로 윤 후보가 결정되자 "깨끗이 결과에 승복한다"고 해 박수를 받았지만 직후부터 당 표심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전날에도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면서도 "밑바닥에서 자랐어도 착하게 살면 대통령도 할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청년들의 꿈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는 한여름밤의 꿈이 돼 버렸다"면서 "26년 헌신한 당에서 헌신짝처럼 내팽개침을 당했다", "민심과 거꾸로 간 당심이다" 등의 표현을 연달아 적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당내 대선 후보에게도 '비리 혐의자'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 홍 의원을 향해 "선거에 패배한 사람에게 억지로 원팀 강요하는 건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7일 페이스북에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줘야 하고, 그래도 도와주지 않겠다고 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그가 새로운 정치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게 올바른 방식이다. 남의 정치적 선택은 비난받을 게 아니라 존중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의원은 연이어 당에 대해 날선 글을 써내려가면서도 "대선 조직에 들어가야만 원팀이 되는건가"라며 "처음부터 백의종군이라고 선언했으면 액면 그대로 봐주면 될 걸 꼭 못된 심보로 걸고 넘어지는 건 획일주의 군사문화의 잔재"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우리당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삼는 정당이다. 당원 개개인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전체주의"라며 "더이상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을 한 다음날 "비리 혐의자끼리 대결하는 비상식 대선"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와의 맞대결을 비하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