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이제 더 이상 증시 변수가 아니다. 진짜 투자의 시대가 왔다.”
국내 증시 색깔이 또 한번 달라지고 있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가 입원과 사망 확률을 89%까지 줄여줄 수 있다는 소식에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리오프닝(경기 재개) 관련주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전문가들은 더이상 코로나19가 “국내 증시에서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증시를 이끈 것은 리오프닝주다. 진에어(10.26%) 하나투어(6.31%) 롯데관광개발(5.93%) 에어부산(5.23%) 제주항공(5.21%) 등 코로나 악재에 짓눌려 있던 종목들이 한꺼번에 급등했다. 전날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높은 효과를 나타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를 밀어올렸다.
관련 바이오주는 줄줄이 된서리를 맞았다. 더 이상 코로나 수혜를 누리지 못할 것이란 우려 탓에 SK바이오사이언스(-14.20%) 셀트리온(-5.74%) 에스디바이오센서(-5.54%) 녹십자(-5.10%) 삼성바이오로직스(-4.75%) 등의 주가가 급락했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언택트주와 리오프닝주가 번갈아 오르던 장세는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실적이 받쳐주는 진짜 옥석을 가려내는 투자의 정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와 관계없는 ‘새로운 성장주’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이어졌다. 메타버스에 올라탄 게임주들이 이날 급등했다.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히는 위메이드와 자이언트스텝은 각각 10.84%, 13.95% 올랐다. 신 대표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상징적 인물 중 한 명인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오프라인 공연에서 관람객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메타버스의 필요성이 한층 부각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메타버스 관련주들이 소수에 불과한 국내 증시에서 이 같은 기대감이 게임주에 몰리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의 온도차는 뚜렷하다. 지난 5일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6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고, 다우지수도 이틀 만에 다시 신고가를 썼다. 반면 한국 코스피지수는 지난 7월 6일 기록한 고점(3305) 대비 10%가량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시장이 미국과 비교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내년 순이익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을 꼽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의 내년 순이익 추정치는 S&P500과 달리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수출 물량과 증가율이 하락하면서 향후 수출액이 더 올라갈 수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유가증권시장 기업 순이익 추정치는 지난 8월 189조원에서 현재 183조원으로 줄었다.
국내 주식시장을 누르는 가장 큰 요인이 수급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으로 주식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사이클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한·미 증시 디커플링 현상을 야기하는 이유로 꼽힌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통화정책 사이클과 함께 순환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중국발(發) 호재에 국내 증시가 내년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 자국 수출 둔화에 맞서 경기부양책을 펼 경우 국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코스피가 반등했을 때는 화학, 정유, 조선, 건설 등 자본재의 반등이 있었다”며 “IT·반도체, 배터리, 메타버스, 자동차 등 성장주의 저가 매수 전략을 권한다”고 말했다.
박재원/설지연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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