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의 시각] '1년 계약직 연차 26일' 대소동

입력 2021-11-08 17:05   수정 2021-11-09 00:20

대법원이 지난달 “1년 계약직 근로자의 연차휴가는 26일이 아닌 11일”이라는 ‘당연한’ 판결을 내놨다. 2017년 11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줄곧 “1년 계약직에게도 총 26일치의 연차수당을 줘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온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됐다고 꾸짖은 판결이었다. 이로써 지난 4년 가까이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을 괴롭힌 ‘정책 가시’ 중 하나가 뽑히게 됐다.
"2년차 연차는 근로관계 전제"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정부와 국회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1월 저연차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며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은 근로기준법 제60조 3항을 단순히 들어내는 방식이었다. 해당 조항은 1년차에 사용한 휴가일수를 2년차에 얻게 될 ‘15일’에서 제외하는 내용이었다. 즉 1년차 휴가와 별개로 2년차에 15일의 휴가권을 고스란히 보장하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

저연차 근로자의 휴식권을 늘리겠다는 취지만 앞세워 현장의 후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조문 한 줄만 덜렁 들어낸 ‘얼렁뚱땅 입법’도 문제였지만, 이에 대한 고용부의 법 해석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고용부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놓고 2년차에 며칠을 근무하든지 1년차 휴가(11일)를 포함해 총 26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고 봤다. 그것도 모자라 딱 1년만 일하고 근로계약을 끝낸 근로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지침을 내렸다.

정부 지침이 알려지자 영세 소상공인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혼란이 벌어졌다. 1년 근로계약을 마친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못다 쓴 휴가에 대한 수당(최대 26일치 임금)을 청구하자 사업주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펄쩍 뛰는 장면들이 속출했다. 사업주와 퇴직 근로자의 분쟁이 법원으로 간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사실상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포함해 최대 14개월치의 임금을 주라’는 내용의 정부 지침에 대한 아우성이 점점 커지자 정부와 국회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작년 4·15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을 달래고자 근로기준법을 재개정한 것인데, 그마저도 수술 부위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칼질을 했다. 당시 재개정법은 사업주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1년차 근로자가 전월 근로의 대가로 받은 휴가권(총 11일)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고, 1년차에 사업주가 휴가 사용을 촉진(권고)했다면 수당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였다. 산업 현장에서는 2년차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는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2년차에 다녔어야 갖게 될 15일의 연차휴가 수당 청구권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정부는 ‘2년차 휴가 15일’이 아니라 ‘1년차 휴가 11일’을 건드린 것이다. 그야말로 ‘부실 입법→탁상행정→엉터리 수습’의 연속이었다.
'비상식 지침' 4년만에 제동
이번 대법원 판결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2년차 연차휴가권은 1년간 근로의 대가이지만 그다음 해에도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유급휴가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지금까지 법과 판례 어디에도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휴가권이 생긴다는 표현이 없다며 1년 계약직에도 ‘연차 26일’을 인정해왔다.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적극행정’이었던 셈이다.

‘연차 26일’ 논란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법 해석의 문제를 넘어 고용부의 상식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고용부 지침대로라면 사업주들에게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유도하고, 그리하여 근로자들은 연차수당은커녕 퇴직금도 못 받게 되기 때문이다. 사업주와 근로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정책 헛발질’, 하루빨리 바로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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