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차 근로자의 휴식권을 늘리겠다는 취지만 앞세워 현장의 후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조문 한 줄만 덜렁 들어낸 ‘얼렁뚱땅 입법’도 문제였지만, 이에 대한 고용부의 법 해석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고용부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놓고 2년차에 며칠을 근무하든지 1년차 휴가(11일)를 포함해 총 26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고 봤다. 그것도 모자라 딱 1년만 일하고 근로계약을 끝낸 근로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지침을 내렸다.
정부 지침이 알려지자 영세 소상공인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혼란이 벌어졌다. 1년 근로계약을 마친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못다 쓴 휴가에 대한 수당(최대 26일치 임금)을 청구하자 사업주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펄쩍 뛰는 장면들이 속출했다. 사업주와 퇴직 근로자의 분쟁이 법원으로 간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사실상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포함해 최대 14개월치의 임금을 주라’는 내용의 정부 지침에 대한 아우성이 점점 커지자 정부와 국회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작년 4·15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을 달래고자 근로기준법을 재개정한 것인데, 그마저도 수술 부위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칼질을 했다. 당시 재개정법은 사업주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1년차 근로자가 전월 근로의 대가로 받은 휴가권(총 11일)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고, 1년차에 사업주가 휴가 사용을 촉진(권고)했다면 수당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였다. 산업 현장에서는 2년차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는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2년차에 다녔어야 갖게 될 15일의 연차휴가 수당 청구권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정부는 ‘2년차 휴가 15일’이 아니라 ‘1년차 휴가 11일’을 건드린 것이다. 그야말로 ‘부실 입법→탁상행정→엉터리 수습’의 연속이었다.
‘연차 26일’ 논란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법 해석의 문제를 넘어 고용부의 상식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고용부 지침대로라면 사업주들에게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유도하고, 그리하여 근로자들은 연차수당은커녕 퇴직금도 못 받게 되기 때문이다. 사업주와 근로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정책 헛발질’, 하루빨리 바로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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