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훈 서초교향악단 예술감독 "6·25 참전용사들 감동의 눈물이 제 보수죠"

입력 2021-11-08 18:25   수정 2021-11-09 00:24

매년 11월 둘째 주 무렵이 되면 배종훈 서초교향악단 예술감독(사진)은 부산으로 향한다. 부산에서 ‘잊혀진 군인’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기 위해서다. 6·25전쟁에서 피 흘린 다국적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위해 마련한 이 음악회의 이름은 ‘유엔참전용사 추모 평화음악회’. 배 감독은 이 공연에서 12년째 기획·감독·지휘까지 하고 있다.

10일 열리는 평화음악회 준비로 한창 바쁜 배 감독을 최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배 감독은 “젊은 시절 한국을 떠났지만 운명처럼 한국으로 돌아와 이 일을 맡게 됐다”며 “후원금 중 제 몫을 모두 공연에 투자하고 있어 사실상 무보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엔참전용사 평화음악회는 2009년 ‘크래미’로 유명한 한성기업이 행사를 기획 및 후원하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국가보훈처와 호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공식 보훈행사가 됐다. 유엔군 참전용사를 국내로 초청하는 정기공연은 물론 해외 순방공연도 열고 있다.

배 감독은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참전용사들을 국내로 초청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올해는 다행히 백신 덕분에 초청할 수 있게 됐다”며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참전용사들이 한국에 찾아온 만큼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초회 공연부터 함께한 배 감독이지만 공연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그는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있던 처지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을 떠나 미국, 독일, 러시아 등지에서 음악 활동을 해 왔다. 그런 그에게 평화음악회 공연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건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이었다. 이후 2010년 한국에 정착하면서 국방부 소속 국군교향악단 초대 감독도 함께 맡았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임 회장 가족을 만나 인연이 닿았습니다. 나라를 위한 보람된 예술을 해보자고 제안을 주셨죠.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데다 제 아내는 미 국방부 소속 문관(약사)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2009년 아내가 한국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운명처럼 느껴져서 제대로 해보자고 결심했죠.”

공연을 직접 기획, 감독하다 보니 장소를 빌리는 것부터 공연 프로그램을 번역하는 일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해외 순방공연을 가면 단원들의 숙박까지 배 감독이 챙길 때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공연을 마치면 예술가로서의 자긍심이 이런 수고로움을 잊게 한다고 했다.

배 감독은 “팔순이 넘은 참전용사들이 우리 공연을 보고 나면 모두 눈물을 흘린다”며 “관객을 이렇게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보람이 크다”고 했다. 이어 “참전용사들의 평균 연령이 90세에 가까운데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까지 공연을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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