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딸이다. 브라이언 누나다, 애나야"
침대 옆에 선 내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하는, 너무나 당연한 어머니의 말이 내 가슴에다 아릿한 핏빛 금을 그으며 지나갔다. 나는 어머니를 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예, 어머니."
고개를 숙인 채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다.(소설 '엘 콘도르' 중에서)
캐나다 거주 소설가인 김외숙 씨가 최근 신작 '엘 콘도르'를 출간했다.
소설은 7살 때 페루에서부터 캐나다의 중산층 백인 가정에 입양된 아이, 입양된 순간부터 한 살 아래 남동생(브라이언)을 돌봐야 하는, 역할이 분명히 정해진 아이의 성장기를 담았다.
순종적이며, 친화적인, 한 가정의 질서를 깨뜨리지 않으려 하는 주인공은 성장하면서 남모르게 갖게 되는 고통스러운 사랑의 감정조차 가정의 질서 아래 두는 인물이다. 사랑의 상처를 안으로만 삭이고 마는 여인인 것.
열정과 신념을 지닌 여인 애나가 마침내 자기 뜻을 이뤄가는 과정을 로맨스 스토리에 담았다.
그 과정에서 소설 속 주인공 애나도, 책을 읽는 독자도 비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콘도르는 그렇게 날아간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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