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묘지 거쳐 광주·봉하로…尹 '중도 확장' 시동

입력 2021-11-09 17:18   수정 2021-11-10 02:17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국립4·19민주묘지를 방문한 데 이어 10일 광주, 1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다. 모두 진보진영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윤 후보가 본격적으로 중도·중도진보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다.
1박2일 광주·봉하마을行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수유동 4·19민주묘지를 찾아 4·19학생혁명기념탑을 참배했다. 그는 방명록에 “4·19 혁명 정신을 늘 잊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회 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는 “여성의 고위직 진입이 꾸준히 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남녀 격차가 여전히 크다”며 “가사와 육아 부담으로 경력단절이 심화된 부분이 매우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전반의 남녀차별을 해소하고,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충분히 하겠다”고 했다. 중도층과 여성층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다.

10일에는 광주를 방문한다.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 옹호 발언’이 논란이 된 뒤 광주를 직접 찾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후보 측에 따르면 광주 방문에서는 대선 유세나 유력 인사와의 만남보다는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의 뜻을 전달하는 일정을 가질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를 방문하는 정치인들이 주로 찾는 5·18민주묘지 외에도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옛 전남도청,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전시장 등 최대한 많은 곳을 방문할 계획이다. 윤 후보 관계자는 “윤 후보가 낮은 자세로 호남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을 찾는다. 윤 후보는 봉하마을 방문에서 노 전 대통령의 ‘개혁정신’ 등과 관련한 발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4·19민주묘지, 광주, 봉하마을 방문 모두 대선에서의 승부를 결정지을 중도층과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진보층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지난 전당대회 경선 결과 당심은 사로잡았지만 2030세대와 중도 성향 일반 여론에서 홍준표 의원에게 뒤처진 점 등을 고려해 앞으로도 꾸준히 외연 확장 시도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이번 일정을 통해 윤 후보의 정치적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세력이 혈세를 사유화하겠다는 것”
윤 후보는 이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세금 납부 유예 방안’에 대해 “국가 재정은 정치자금이 아니다”며 보수 후보로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은 올해 초과 세수분의 세금 납부를 유예해 내년 세입을 늘리고 이를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쓰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세금 깡’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며 “올해 세수로는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힘드니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대한 관련 예산을 삭감하자 민주당이 반발한 것에 대해서도 “서울시민의 혈세를 특정 세력이 사유화하겠다는 고백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주당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보조금수령단체 비호는 서로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며 “결국 국가 재정의 정치 자금화이고, 정권과 이권을 혼동하는 것이며, 선출 권력을 국가 재정 약탈 면허 정도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대위 구성 진통은 계속
대선을 치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관련해서는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선대위 인사 구성을 둘러싸고 ‘물갈이’를 요구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기존 캠프 중진 의원들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캠프 측이) 대선 콘셉트를 조직선거로 잡고 수백만 장의 임명장을 뿌리겠다는 발상을 이제 대놓고 익명 인터뷰로 들이밀기 시작했다”며 “그냥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들 하겠다는 건지 보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앞서 한 익명의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대선은 선대위 임명장을 수백만 장 주는 게 가장 효율적인 선거운동”이라며 “대선을 치러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제 밥그릇 챙기려고 남의 밥그릇을 걷어차고 있다”고 말했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한 김 전 위원장도 현재 캠프 측에 선대위 전면 재구성을 위한 인사 전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존 캠프 구성에 대해 ‘파리떼’ ‘자리 사냥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윤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의 대화에선 전권을 달라는 말이 없었다”며 “(김 전 위원장과는) 잘 소통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 협의해 정권교체를 위한 최고의 선대위를 발족하겠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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