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에 화물차 파업까지…연말경제 올스톱 우려

입력 2021-11-09 17:12   수정 2021-11-10 02:06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으면서 ‘물류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소수 사용이 많은 시멘트·레미콘 산업이 멈춰 설 경우 후방산업으로의 충격 전이도 우려된다. 생계가 끊길 위기에 처한 화물차 운전자들은 요소수 가격 폭등 문제의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가 빠른 해결책 모색에 실패할 경우 연말 경제가 멈춰 서고, 물가 상승이 가속화되는 등 사회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틀 뒤 요소수 동난다”
화물연대는 9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요소수 가격 인상으로 인한 모든 비용이 화물차 운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이달 말부터 1차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도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요소수 폭등 사태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요소수 공급 문제 해결 △매점매석 규제 및 처벌 △운행 중지된 건설기계 노동자 구제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현장에선 요소수 품귀 사태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덤프트럭 운전자 A씨는 “현재 가진 요소수는 2~3일 안에 모두 동난다”며 “세 아이를 둔 가정의 생계가 중단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운전자 B씨는 “레미콘 노동자들끼리 각자 가진 요소수를 모아서 나눠 쓰고 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가 7~8일 조합원 25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32.4%는 요소수 문제로 장비 가동을 못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요소수를 구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평균 12일가량 더 운행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해 요소수를 다량 사용하는 시멘트 업계도 비상이다. 시멘트 업계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연간 요소수를 약 15만4000t(하루 평균 423t) 쓰고 있다. 각 업체는 11월 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산업용 요소수를 확보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요소수가 부족해지면 시멘트 생산 중단으로 인해 건설업 등 후방산업까지 피해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멈춰 서는 현장…물가 상승 우려
차량용 요소수 부족으로 자재 운반에 비상이 걸리면서 건설 현장도 멈춰 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멘트 운반 차량은 2700여 대가 운행 중인데 이 중 약 80%(2200여 대)의 차량에 요소수를 사용한다. 시멘트에 모래·자갈 등을 섞어 납품하는 레미콘 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비축량이 부족한 소규모 회사들은 1만원짜리 10L 요소수 한 통을 10만원의 웃돈을 주고 확보하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사용 차량의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 시멘트 운송은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요소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요소를 사용하는 비료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팜한농은 울산 공장 비료 생산라인 4개 중 2개만 돌리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요소수 부족으로 인한 쓰레기 대란 우려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소각로 230기와 민간 소각로 114기가 있다. 이 중 민간 산업폐기물 소각 시설에서는 통상적으로 하루 평균 요소수 3t가량이 사용되고 있지만 재고 물량이 넉넉하지 않다. 이 같은 혼란은 경유차가 사용되는 산업과 생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중국의 수출 중단을 푸는 등 근본 대책 마련에 실패할 경우 연말 경제가 올스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소수 부족으로 촉발한 운송 위기가 물류대란을 넘어서 산업 생태계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게다가 요소수 가격 폭등이 화물운임과 물류비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식품가격 상승 등 물가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지훈/안대규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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