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일이 늘었지만 의료기기 시장은 해외 업체들이 여전히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 CT(컴퓨터단층촬영) 장치는 필립스,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바텍은 치과용 3차원(3D) CT 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지키는 회사다. 전체 매출의 90%가량을 해외에서 얻고 있다.
바텍은 설립 초기부터 별도의 필름이 필요 없고, 촬영 직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장비 개발에 집중해 시장을 선도했다. 200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2차원(2D)과 3D CT 영상을 한 번의 촬영으로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엑스레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3년부터는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한 ‘저선량 CT’ 제품을 내놓아 미국·유럽 시장에서 신뢰를 얻었다.
관계사 간의 시너지가 혁신적인 제품 개발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바텍은 엑스레이 시스템의 핵심 요소인 디텍터(센서), 제너레이터(엑스레이 발생 장치), 소프트웨어(SW) 등 기술을 모두 관계사를 통해 확보했다. 바텍이 제너레이터를 만들면 관계사인 레이언스가 만든 디텍터, 이우소프트가 만든 치과 진단 이미징 SW를 결합해 CT 장비를 완성한다. 현정훈 바텍 대표는 “세계 덴털 관련 장비업체 중 디텍터, 제너레이터, SW를 모두 자체 소화할 수 있는 곳은 바텍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쟁사들이 세계 각국의 대리점을 폐쇄할 때 바텍은 반대로 고객 서비스를 확대했다. 고장 등 문제가 발생한 장비에 대해 온라인 상담을 해주고, 필요에 따라 서비스 직원을 파견하는 등 서비스를 유지했다. 그 결과 영국, 프랑스 등에선 “바텍 제품만 유일하게 서비스 통화가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는 실적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508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연간 영업이익 42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현 대표는 “작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최대 영업이익,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현 대표는 “앞으로 소형 CT, 지르코니아 소재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 개척할 것”이라며 “2023년까지 치과용 CT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