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나도 고품질 원두" 아티제의 커피철학

입력 2021-11-10 17:09   수정 2021-11-18 15:56


코로나19 이후 ‘저가 커피’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적자를 무릅쓰고 고품질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커피업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스타벅스조차 3분의 1 가격에 커피를 파는 저가 커피 브랜드의 공세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싸게 팔아야 살아남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베이커리 카페 ‘아티제’는 적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직영 매장, 고품질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원가 부담 높아도 ‘품질 경영’ 고수
아티제는 2004년 호텔신라가 선보인 프리미엄 베이커리 카페다. 호텔에서 맛볼 수 있는 수준의 디저트와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빵집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자 호텔신라는 2012년 제과사업에서 손을 뗐다. 아티제를 운영하던 호텔신라의 자회사 보나비는 대한제분으로 넘어갔다.


대한제분은 아티제를 인수하며 원칙을 하나 세웠다. 운영 주체가 바뀌더라도 브랜드 정체성만큼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재영 보나비 회장(52·사진)은 “아티제가 지금까지 지켜온 브랜드 정체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장인 정신’”이라며 “커피와 빵, 케이크 등 아티제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티제는 가맹사업을 하지 않는다. 전국 74개 매장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다. 원두는 전문 감별사가 해외 산지를 돌며 직접 공수한다. 밀가루는 물론 버터와 치즈 등 모든 식재료도 최상급으로 사용한다. 아티제의 원재료 비용은 업계 평균보다 10% 이상 높다.

아티제는 높은 고정비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74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품질에 대한 고집은 꺾지 않았다. 이 회장은 “단순히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다면 인수 직후 가맹사업을 시작하고, 가성비가 좋은 식재료를 써서 원재료 비용 부담부터 줄였을 것”이라며 “쉬운 길, 지름길보다는 어렵더라도 정직하게 승부하는 게 대한제분과 보나비의 경영 방식”이라고 말했다.
매장당 매출액 스타벅스 이어 2위
아티제의 원칙은 충성고객층 확대로 이어졌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아티제의 멤버십인 ‘클럽아티제’ 회원들로부터 나온다. 클럽아티제 회원은 한 달에 평균 세 번 이상 아티제를 찾는다. 소비자 객단가도 높다. 충성고객들 덕에 아티제는 매장 수는 적지만 매장당 평균 연 매출이 10억5000만원으로 커피업계에서 스타벅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장은 “스타벅스와 빽다방이 따라할 수 없는 아티제만의 영역이 분명히 있다”며 “아티제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아티제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아티제 인수 후 지난 10년이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도약의 시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내년 초에는 서울 삼성동에 커피 마니아를 위한 커피 특화 매장을 낼 예정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도입한 인공지능(AI) 판매 예측 시스템도 확대 운영한다. 이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일별 판매량을 예측해 상품 생산량을 결정하고, 식재료를 자동으로 발주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 등 해외 진출도 검토한다.

‘곰표’ 브랜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한제분과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곰표와 아티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 아직까지 협업의 방향성을 정하진 못했다”면서도 “공감대를 가지고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박동휘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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